“자습서 가격 내려라” 학부모 파워 통했다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학사모, 금성출판사서 ‘2000원 인하’ 약속받아

경제위기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만 하는 학부모들이 강해지고 있다.

학부모 단체인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의 최미숙 상임대표와 최상기 자습서 값 인상 조사위원장, 이은희 사무팀장, 이평구 성남 대표 등은 지난주 목요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금성출판사를 찾아갔다.

최 대표 등은 금성출판사가 발행하는 중학교 영어자습서 값이 지난해 1만6000원에서 올해 2만7000원으로 69%나 인상됐다며 자습서 가격을 내려줄 것을 출판사 측에 요구했다.

최 대표는 “자습서는 해당 출판사의 교과서를 보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구입해야 하는 필수품”이라며 “그런데 올해 자습서 가격이 출판사별로 38∼83%나 인상돼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학사모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영어자습서 가격은 △천재교육 1만8000원→3만3000원(83% 인상) △두산동아 1만8000원→2만7000원(50%) △능률교육 1만6000원→2만7000원(69%) △중앙교육진흥연구소 1만6000원→2만2000원(38%)이다.

금성출판사 최기현 영업상무를 상대로 1시간 동안 ‘고통 분담’을 집요하게 요구한 결과 최 대표 등은 출판사로부터 영어자습서 가격을 2000원 인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최 상무는 “출판사에서도 자습서 값 인하를 고려하던 중이었다”며 “학사모의 강경한 요구를 듣고 최종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성출판사의 인하 약속에 힘을 얻은 학사모는 앞으로 다른 출판사에도 강도 높은 인하 요구를 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학사모는 올해 초 서울 영등포지역 11개 중학교 학부모들이 대형 교복업체들을 상대로 24만∼27만 원 선에 판매되던 교복을 14만∼17만 원까지 낮추는 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사무팀장은 “최근 학부모들이 학사모 활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동참 의사를 보내오고 있다”며 “다수의 학부모가 조직되면 학생을 고객으로 하는 업체들과 맞서 가격 인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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