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전여행]음식문화의 수수께끼

  • 입력 2009년 3월 16일 02시 52분


돼지고기 안먹는 이슬람… 쇠고기 안먹는 힌두교… 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 / 마빈 해리스·한길사

전갈과 바닷가재는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음식재료가 되면 둘의 처지는 사뭇 달라진다. 바닷가재는 격조 높은 식탁에 오르지만, 전갈은 ‘혐오식품’으로 길거리를 떠돈다. 사람은 먹을 수 있는 것을 모두 먹지는 않는다. 우리는 쇠고기, 돼지고기는 즐기면서도 고양이, 쥐고기에는 손사래를 친다.

음식 문화 차이는 전쟁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힌두교도들은 쇠고기를 안 먹고,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를 피한다. 힌두교도들은 이슬람교인들을 ‘암소 살해범’이라며 증오한다. 반면 이슬람교도는 힌두교인이 자신들의 식생활을 강요한다며 불쾌해한다.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갈라지는 데는 음식의 차이가 큰 역할을 했다.

문화와 종교마다 가리는 먹을거리가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음식문화의 수수께끼(원제: Cows, Pigs, Wars and Witches)’는 식생활의 차이를 설명하는 책이다. 그는 모든 음식 금기에는 나름대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슬람에서 돼지를 안 먹는 데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다. 원래 중동 사막지역에서 돼지고기는 고급 음식이었다. 돼지는 열이 많은 동물이라, 기르는 데 물이 많이 필요하다. 또 사람이 먹는 음식을 똑같이 먹는다. 돼지고기를 즐기면 소중한 식량과 물을 축내야 한다. 이슬람뿐만 아니라 유대교에서도 돼지고기는 금지 음식이다. 만약 돼지가 값싼 고기였다면, 종교의 금기가 통할 리 없다. ‘상류층의 과소비풍조’를 막겠다는데 어느 누가 반대했겠는가.

너무 쓸모 있는 동물도 먹을거리에서 제외되곤 한다. 인도에서 소를 숭배하는 풍습은 이것으로 설명된다. 소는 밭을 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짐승이다. 소의 젖과 치즈는 훌륭한 영양식이다. 소똥은 또 어떤가. 비료가 될뿐더러, 말려놓으면 냄새 없고 화력 강한 연료가 된다.

게다가 소는 음식을 놓고 인간과 다투지도 않는다. 소들은 거리를 쏘다니며 풀과 쓰레기 더미를 우적우적 먹어치운다. 쓰레기를 연료와 음식으로 바꿔주는 ‘환경도우미’인 셈이다. 소를 잡아먹기보다 못 먹게 하는 쪽이 훨씬 이익이다. 그러니 소를 신성하게 여긴다 해서 이를 반대할 힌두교인이 있을 리 없다.

말고기는 기름이 없고 무척 부드럽다. 그래서 일본인은 육회로 말고기를 즐긴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말고기는 ‘비상식량’일 뿐이다. 이유는 인도에서 소를 못 잡게 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사람들이 말고기에 맛들이면 어떻게 될까? 틈만 나면 귀중한 일꾼을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 금기는 예외가 없을 때 강력해진다. 병든 말이건, 죽은 말이건, 말고기는 무조건 못 먹게 해야 튼실한 말을 보며 군침 삼키는 일이 안 생긴다.

그렇다면 왜 벌레는 안 먹을까? 저자는 이를 ‘최적 먹이 찾기 이론’으로 설명해 낸다. 벌레는 종류도 다양하고 마릿수도 아주 많다. 가난한 나라에서 벌레를 즐겼다면, 식량문제는 오래전에 해결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배를 채울 만큼 벌레를 잡기란 너무 어렵다.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하는 시간과 벌레 수천 마리를 잡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견주어 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차라리 벌레를 포기하고 사냥에 나서는 쪽이 더 경제적이다.

세상의 먹을거리는 하나로 좁혀져 간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는 토끼고기, 염소고기를 밀어내는 추세다. 밀, 옥수수는 우리 식단에서 쌀과 보리를 맹렬하게 쫓아내고 있다. 왜 전 세계 식단은 하나의 음식재료로 통일되고 있을까? 이는 바람직한 현상일까? 세계화된 세상에 바람직한 음식문화는 무엇일까? 인류학에 관심이 더욱 쏠리는 이유다.

안광복 중동고 철학교사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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