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학천재 교수의 안타까운 죽음

  • 입력 2009년 3월 12일 02시 59분


20년 넘게 자전거로만 출퇴근… 졸음운전 버스에 치여 사망

“연구밖에 모르던 분이었는데….”

20년 넘게 자전거로 출퇴근을 해 온 50대 교수가 교통사고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10일 오후 6시 50분경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 치과병원 앞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전남대 수학과 백정선 교수(51·사진)가 25인승 어린이집 통학버스에 치여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날 사고는 백 교수가 3차로 도로에서 인도 쪽 차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가운데 차로에서 통학버스를 몰던 한모 씨(58)가 갑자기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으면서 버스에 부딪혀 발생했다.

한 씨는 경찰에서 “10년째 신부전증을 앓으며 자주 피로감을 느꼈는데 이날도 피곤함에 깜빡 졸다가 사고를 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한 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전남 보성군 벌교 출신인 백 교수는 1977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해 석사 박사학위 과정을 마친 뒤 1987년 전남대 수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백 교수는 대학 시절 ‘수학 천재’로 통했다. 못 푸는 수학 문제가 없을 정도여서 함께 공부했던 동급생이나 선후배들은 그에게 ‘백 도사’라는 별명까지 붙여줬다.

서울대 자연대 학생부학장 계승혁 교수는 “2년 후배인 백 교수와 수학과 조교를 함께 했는데 해석학 분야의 ‘편미분 방정식’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냈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자동차 운전면허도 따지 않은 채 20년 넘게 자전거로만 출퇴근하면서 연구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흔한 휴대전화도 가지고 다니지 않다가 주위에서 불편해 할까봐 1년 전에야 구입할 정도로 소탈했다.

전남대는 수학 연구와 대학 발전에 공이 많은 백 교수의 장례를 자연대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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