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 “e메일 정도에 압박 받겠나”

  • 입력 2009년 3월 7일 02시 59분


‘재판 압력성 e메일’ 관련 언급

申 대 법 관 “법대로 한것, 사퇴의사없다”

대법, 6인 조사단 구성… “내주 결과 발표”

이용훈 대법원장은 6일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때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 시위’ 사건의 신속한 재판을 독촉하는 e메일을 판사들에게 보낸 것과 관련해 “그 정도 가지고 판사들이 압박받아서 되겠나. 판사들은 더욱더 양심에 따라 소신대로 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정도로 압력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재판을 곡해하면 사법부 독립을 어찌 하겠느냐는 뜻”이라며 “우리 판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또 “(e메일을) 사법행정으로 볼지, 재판에 대한 압력으로 볼지에 대해 철저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법행정과 재판 압력의 경계에 대해서는 “언론도 정확한 잣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판사들도 느끼는 게 다르다. 판결문에 오자(誤字)가 있으면 법원장이 고치라고 얘기할 수 있다. 법률조문을 잘못 적용하면 고치라고 얘기 못하나. 그걸 간섭으로 느끼면 곤란하다”고 했다.

신 대법관이 지난해 10월 14일 대법원장 업무보고 뒤 ‘대법원장의 메시지’라며 보낸 e메일에 대해서는 “위헌 의견 판사는 위헌 제청하고 합헌 의견 판사는 재판을 진행하는 게 맞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신 대법관은 당시 e메일에 “사회적으로 소모적인 논쟁에 발을 들여놓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법원이 일사불란한 기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서도 나머지 사건(위헌 제청하지 않은 사건)은 현행법에 의해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썼다.

이 대법원장은 이에 대해 “신 대법관이 조금 각색했는지 모르겠는데 대체적으로 내가 말한 원칙과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e메일 사용에 대해서는 “나는 (e메일을) 해 본 적 없다. 신 대법관은 신세대인가 보다. 나는 e메일이 싫다”고 했다.

신 대법관이 e메일 공개에 ‘의도’를 거론한 데 대해서는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면 일을 그르친다. 젊은 법관들의 충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신 대법관은 이날 오후 퇴근길에 기자들에게 “헌법재판소법 42조 1항에 따라 위헌 제청 사건은 재판 진행을 정지하게 돼 있지만 나머지 사건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법원의 명령이라는 취지를 판사들에게 보냈다. 법대로 한 것을 압력이라고 하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진 사퇴 의향을 묻자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편 대법원은 6일 김용담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이태운 서울고법원장, 최완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이병로 서울중앙지법 민사부장, 고연금 서울중앙지법 판사, 김인겸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 등 6명으로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은 다음 주 중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하고 신 대법관은 물론 이 대법원장 설명을 직접 들을 예정이며 당시 재판을 맡았던 판사들을 상대로 e메일 논란 등 각종 의혹을 모두 조사하기로 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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