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야생노루 사람과 친구 됐네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먹이 주면 다가와요”한라산 야생 노루가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에서 순치과정을 밟고 있다. 먹이를 줄 때는 사람이 다가가도 달아나지 않는다. 제주=임재영 기자
“먹이 주면 다가와요”
한라산 야생 노루가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에서 순치과정을 밟고 있다. 먹이를 줄 때는 사람이 다가가도 달아나지 않는다. 제주=임재영 기자
노루생태관찰원서 길들여

7월부터 관광객도 만지게

한라산 산간도로에 눈이 내리고 나무마다 눈꽃이 핀 3일 오후 4시, 해발 600m의 제주시 봉개동 노루생태관찰원. 야생 노루 사육을 맡은 고한조 씨(53·청원경찰)가 “휘∼익” 휘파람 소리를 내며 관찰원 철조망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상록식물로 노루들이 가장 즐겨 먹는 ‘송악’ 한 포대를 지정된 장소로 옮겼다. 그의 휘파람 소리를 듣고 풀 속에 있던 노루 한두 마리가 모습을 보이더니 어느새 10여 마리로 불어났다. 송악을 바닥에 펼치자 순식간에 노루들이 달려들어 먹는 데 정신이 없다. 고 씨가 쓰다듬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50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인기척을 느끼면 그대로 달아나는 야생 노루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별도로 조성된 소규모 관찰원에는 지난해 5월 태어난 암노루 2마리가 보금자리를 틀었다. 어릴 때부터 관리인이 준 우유를 먹으며 자랐다. 인기척이 나면 먹이를 달라며 철조망 쪽으로 다가온다. 같은 날 오후 5시 반경 제주시 오라동 오라골프장. 야생 노루 5마리가 페어웨이에 모습을 보였다. 골퍼가 근처를 지나도 그냥 쳐다보기만 할 뿐 달아나지 않았다.

이 골프장 문용해 경기과장은 “폭설로 먹이를 찾아 저지대로 내려온 노루가 골프장에 터를 잡은 뒤 2, 3세대가 지나면서 골프장 환경에 적응했다”며 “날씨가 따뜻할 때는 40여 마리가 잔디 위에서 일광욕이나 경주를 즐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주에서는 노루가 사람 곁으로 다가오는 자연스러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제주시는 야생 노루의 순치(馴致·짐승을 길들임)와 관광자원화 등을 위해 ‘거친오름’ 일대 50만 m²를 노루생태관찰원으로 조성하고 2007년 8월 개장했다. 이 오름 일대에 노루 200여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 노루 생태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상시 관찰원은 1만 m², 오름에서 내려오는 야생 노루를 잡기 위한 포획동은 6600m²로 만들어졌다. 관찰원 측은 현재 19마리인 관찰원 사육 노루를 20여 마리로 늘려 7월부터 관광객이 직접 먹이를 주며 만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노루생태관찰원 고형종 담당은 “일본은 5세대에 걸쳐 순치를 했지만 제주의 야생 노루는 2, 3세대가 지나면 순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전문 인력이 투입돼 체계적인 순치 및 사육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동아일보 사회부 임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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