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좋은 강남署’는 옛날 이야기?

  • 입력 2009년 3월 4일 02시 54분


경관 600명 물갈이 진행… 전입 지원자는 150명 그쳐

“업무강도 높고 출퇴근 불편”

전출자 반발 겹쳐 인사 유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만 같았던 경찰의 ‘강남권 물갈이’가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안마시술소 업주와 경찰관들의 유착 관계가 드러나면서 강남, 수서, 서초경찰서 등 강남권 3개 경찰서 인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지만 전입 희망자가 부족한 데다 전출 대상자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전출 대상자인 ‘강남권 경찰서 8년 이상 근무’ 경찰은 3개 경찰서에 600여 명. 그러나 경찰이 서울시내 경찰서 31개 가운데 이들 3개를 제외한 28개 경찰서에서 이날까지 강남권 전입 희망자를 조사한 결과 150명에 불과했다.

이처럼 전출 대상자와 전입 희망자 사이의 불균형은 경찰관의 선호 근무지역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종로경찰서 소속 A 경위는 “강남권이 소위 ‘물 좋은 곳’이라는 말은 옛날이야기”라며 “요즘은 오히려 업무 강도가 낮고 출퇴근이 편한 은평, 서부, 도봉경찰서 등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동대문경찰서 소속 B 경감 역시 “강남권이 본래 교통사고부터 강력사건까지 각종 사고가 많은 데다 이번 일을 계기로 감찰이 더 심해질 텐데 굳이 가려 하겠느냐”며 “인근 지역의 교육환경이 좋은 양천, 노원경찰서가 더 인기”라고 전했다.

또 전출의 기준인 ‘8년 이상 근무’에 대해 해당 경찰관들의 반발이 거센 것도 인사가 더뎌지는 이유 중 하나.

수서경찰서 소속 C 경위는 “최근에 전입한 인원 가운데 2003년 인적쇄신 당시 강남권에서 근무하다가 억지로 다른 지역으로 전출된 사람도 많다”며 “몇 년 만에 다시 집 근처로 돌아왔는데 근무 경력을 합산해 8년이 넘는다고 나가라는 것은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은 당장 진행할 것 같던 물갈이 작업을 유보한 상태다. 강희락 경찰청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5일 예정돼 있어 청문회 이후 강 내정자가 임명장을 받은 뒤 후속 인사에서 강남권 경찰서 인원을 자연스럽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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