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소통’ 없는 부산교통카드

  • 입력 2009년 2월 12일 07시 14분


‘장고(長考) 끝 악수(惡手)’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까.

미루고 미루던 후불(신용)교통카드제가 28일부터 부산에서 시행되지만 이용자 편의를 고려하지 않아 벌써부터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용 가능 카드는 11일부터 발행을 시작한 롯데카드와 17일부터 발행 예정인 부산은행의 부산BC카드 등 두 가지.

그러나 2003년 검토를 시작했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시행시기를 놓고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하다 내놓은 후불교통카드는 철저하게 ‘공급자 중심’이다.

롯데카드는 다른 지역에서 교통카드로 발급받았더라도 부산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당연히 부산에서만 사용 가능한 카드로 다시 발급을 받아야 한다. 부산에서 발급받은 롯데카드로는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서 쓰지 못한다.

이용자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데도 카드호환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것이 원인. 부산과 부산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다면 제도 시행과 함께 호환시스템 가동이 필수이다.

부산BC카드는 서울에서 교통카드로 발급된 것은 부산에서 사용이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교통카드 기능이 포함된 것으로 다시 발급받아야 한다. 이 카드는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에서 쓸 수 있다.

후불제 교통카드가 두 가지로 한정된 데 대해서도 시민들의 불만이 크다. 서울은 8개사의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고 후불제를 시행 중인 중소도시에서도 보통 2∼4가지는 된다. 시민편의와 대중교통 이용 확대를 위해서는 많은 카드사를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이 카드로 유료도로와 터널의 통행료를 계산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선불 교통카드제만으로는 국제도시로서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며 마련한 조치가 이 정도라면 부산시는 ‘뒷걸음질 치는 교통정책’이라는 비난을 들어도 싸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