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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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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수업 최대 5회로… 심화반 설치 의무화
학교의 학원화 - 늦은 귀가시간 또 논란일듯
올해 3월부터 서울시내 초등 영어 거점학교의 방과후 영어 수업이 ‘학원식 수업’으로 바뀐다.
30개 거점학교는 방과후 수업 때 영어 토론반이나 영어 에세이반과 같은 심화반을 반드시 운영해야 한다. 영어 방과후 학교 운영 시간도 오후 10시까지 허용되고, 수업 횟수도 주(週) 3∼5회로 늘어난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초등 영어 거점학교 시행계획을 확정해 통보했다고 11일 밝혔다.
▽학원처럼 심화반 운영=학교 자율에 맡겨졌던 심화반 운영이 의무로 바뀐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거점학교들은 심화반이 아닌 기초반 위주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국제중 입시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방과후 과정을 듣던 학생들은 방과후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별도로 학원에서 영어를 수강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심화반에서 학원과 같은 수준의 영어 수업을 받게 되면 학원을 찾는 학생 수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교육청은 심화반 운영 형태로 △영어 토론반 △영어 에세이반 △귀국 학생반 △토요일 영어 전일제반 등을 제시하고 학교별로 환경에 맞는 방식을 채택하도록 했다.
▽오후 10시까지 수업 허용=오후 3시부터 6시까지만 하던 방과후 학교 수업도 학원처럼 오후 10시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늦게까지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방과후 학교 수업 이후 별도로 학원을 찾아야 하는 필요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것이다.
주당 1, 2회였던 수업 횟수를 3∼5회로 대폭 늘린 것도 같은 이유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학부모들이 주 3회 수업을 하는 학원 일정에 맞춰 방과후 학교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많아 주 1, 2회 수업을 해왔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저녁 늦게까지 남아서라도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거점학교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또 주말반과 방학 중 4주 이상의 영어체험캠프를 통해 ‘쉼 없는 방과후 학교’를 연다는 계획이다.
▽미국 교과서 활용=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의 부족한 점으로 지적 받은 교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교과서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서울시내 사립초등학교에서 사용하는 미국 초등 영어 교재를 조사해 이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3종을 뽑아 거점학교에 제시했다. 우수한 영어교사 확보를 위해 참여교사에 대한 승진 가산점 제도도 신설했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영어 방과후 수업을 사실상 학원처럼 운영하는 방안을 강하게 밀어붙일 경우 ‘학교의 학원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학생들의 귀가시간이 늦어지게 됨에 따라 귀갓길 안전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