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학원 반드시 방문상담… 최소 3군데서 레벨테스트

  • 입력 2009년 2월 10일 04시 42분


주변 평가 확인… 홈페이지의 학부모 소감 꼼꼼히 체크

《초등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영어학원 선택만큼 어려운 문제가 또 있을까. 모두 ‘최고’ ‘1등’ ‘최대’를 자랑하는 학원 광고가 쏟아져나오다 보니, 무리를 지어 ‘학원 쇼핑’을 다니는 엄마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엔 학부모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극단적 학원광고도 적지 않다. 결국 판단이 서지 않은 엄마들은 입소문 따라 이 학원에서 저 학원으로 아이를 ‘철새’처럼 옮기게 된다. 영어학원을 선택하는 현명한 방법은 없을까?》

○ ‘정보 객관화’로 불안감을 극복하자

“호텔 입구엔 보디가드처럼 보이는 남자들이 열 맞춰 도열해 있고, 안으로 들어가면 화려한 조명 아래 특목고 합격의 영예를 안은 학생들의 사진이 쫙 붙어 있어요. 학부모는 설명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엄청난 규모와 화려함에 압도되죠. 마지막으로 유명 영어교육 전문가가 나와 “당신의 자녀도 특목고에 갈 수 있다”고 설파하면 ‘꿈이 현실로 이뤄질 것’이라 믿게 돼요.”

초등학교 4학년 자녀를 둔 주부 김모(41·서울 성북구) 씨는 한 어학원 설명회에 참석했다가 불안한 마음으로 귀가했다. 미국인과 거침없이 토론하고 장문의 에세이를 쓰는 화면 속 아이들을 보니, 딸을 너무 방치하고 있다는 걱정이 밀려왔기 때문.

학원의 레벨테스트도 학부모를 불안하게 한다.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자녀의 약점을 학원이 콕콕 지적하면 학부모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린다. 그저 아이의 영어실력 수준을 가늠해보기 위해 레벨테스트만 받으러 갔다가 불안과 초조함에 결국 학원등록을 하는 학부모도 많다.

이럴 때일수록 학부모는 자기중심을 갖고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위한 정보 수집을 해야 한다. 우선 학원을 직접 방문해 상담을 받고, 세 군데 이상의 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선택 범위가 한두 학원으로 좁혀지면 각 학원의 교재를 미리 구해 자녀에게 읽혀봐야 한다. 모르는 내용이 20% 이상이면 학원과 상의해 레벨을 하향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가 영어공부를 어려워할 경우 흥미를 읽고 학원수업과 숙제를 지겨워하기 때문이다.

영어학원에 자녀를 보낸 경험이 있는 주변 학부모의 평이나 학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학부모 소감을 꼼꼼히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와 비슷한 실력의 아이들이 충분히 이해할 만한 내용의 교재가 사용되고 있는지, 다양한 활동이 수업과정에 포함돼 있는지, 숙제는 어느 정도 내주며 아이가 해낼 수 있는 수준과 분량인지 등을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학원이 내준 어려운 숙제에 엄두도 못내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역시 이 학원은 수준이 높군. 아이를 무조건 여기에 맡기면 특목고 보낼 수 있겠다’고 착각하는 부모도 의외로 많다.

학원이 얼마나 철저히 아이를 관리해주는지도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학원 자체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아이들은 수업 후에 남겨 별도 관리해준다’는 학원도 있는데, 이 경우 강사가 아닌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써서 그저 ‘자습 감독’만 시키는 건 아닌지도 확인하도록 한다.

○ 미국 교과서·원어민 강사, 내 아이에겐 빛 좋은 개살구?

원어민 강사가 미국 초등학교 교과서로 수학, 과학, 문학, 사회 등 주요과목을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도 모든 학생에게 효과적인 건 아니다.

이른바 ‘미국 교과서반’이라고도 불리는 이 과정은 당초 영어권 국가로 조기유학을 다녀온 학생들을 위해 시작된 소수 정예 프로그램이다. 어려운 교재를 영어로만 수업하니 일정 수준 이상의 학생도 따라가기 힘든 게 사실. 하지만 영어몰입교육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적지 않은 학원이 학생들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미국 교과서를 ‘보여주기 용’으로 가르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원어민 100% 수업이 능사는 아니다”고 입을 모은다. 어휘력이 부족한 초등학교 저 학년이나 영어를 처음 시작한 학생은 한국어로 설명해줬을 경우 훨씬 빨리 내용을 이해하기 때문. 영문법 수업이나 기초 에세이반의 경우도 한국어 강사가 학생들의 실력향상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지수 정철교육연구소 연구교육이사는 “미국 학교의 ESL(외국인을 위한 영어교습) 프로그램에서도 학생들의 빠른 이해를 위해 바이링구얼(bilingual·2개 국어 능통자) 교사들이 수업을 진행한다”면서 “영어를 영어로만 가르치는 방식은 오히려 세계 흐름에 역행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교과서반 수업을 원한다면 현재 자녀가 배우는 한국 교과서와 학원이 채택한 미국 교과서의 목차를 비교해 공통점이 있는가를 먼저 따져보자. 한국어로 배운 내용을 미국 교과서로 다시 배우면 흥미가 더해질 뿐 아니라 영어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 자녀가 이해하기 어려운 미국의 역사나 평소 자주 접하기 힘든 과학 용어 일색의 영어교과서를 사용한다면 수업변경을 고려해 봄직하다.

출시된 지 1년이 안 된 책을 교재로 사용하는 경우엔 더 유심히 살펴야 한다. 교재를 쉽고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한 교수법 개발이나 교재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영옥 서강대 SLP본부 영어교육연구소장은 “‘2008년 출시된 ○○ 책, 최초 도입’과 같은 문구는 스스로 준비 부족을 알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교재와 워크북 내용이 일치하는지, 교재에 대한 강사교육 프로그램이나 매뉴얼이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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