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못 믿을 정치, 정치인들

  • 입력 2009년 2월 9일 17시 26분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못 믿을 정치, 정치인들'. 이진녕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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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 농성을 풀면서 쟁점법안들의 처리 원칙에 대해 한나라당과 합의했습니다. 개개 법안마다 그 내용이 다르지만, 몽똥그려 표현하면 '빠른 시일 내나 2월 임시국회에서 협의 또는 합의 처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협의처리는 협의는 하되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고, 합의처리는 반드시 합의를 통해서만 처리한다는 것입니다.

그로부터 한 달 이상이 흘렀습니다. 평상시에도 한 달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과 같은 경제비상 시국에는 특히나 긴 시간입니다. 2월 국회도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법안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습니다.

2월 국회가 문을 연지 오늘로 8일째지만, 그동안 한 것이라곤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의 연설을 들은 것과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진행이 고작입니다. 앞으로도 다른 인사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있고 그것이 끝나면 대정부질문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이 이런 의사일정과는 상관없이 개별 상임위를 열어 법안 심의를 하자고 채근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이런 일정이 모두 끝나는 19일 이후에나 하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그 때는 과연 민주당이 법안 심의에 순순히 응할까요. 2월 임시국회가 3월 2일까지이니, 10일 남짓 남은 기간에 과연 쟁점법안들의 처리가 가능할까요.

협의처리든 합의처리든 여야가 일단 마주보고 앉아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눠야 가능한 것입니다. 민주당은 한때 "한나라당이 법안을 심사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밀어 붙인다"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지금 한나라당과 마주보고 앉는 것조차 거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쟁점법안들을 '악법'으로 규정짓고, 전국을 돌며 '결사저지'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래서야 어떻게 협의를 하고, 합의를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참으로 못 믿을 사람들입니다.

한나라당도 미덥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연말연시엔 쟁점법안들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하듯 법석을 떨더니, 지금은 천하태평입니다. 마치 민주당의 처분만 기다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괜히 국민만 가슴 졸이고 있는 건가요.

겉과 속이 다른 것을 표리부동(表裏不同)이라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표리부동한 정치인들의 맨얼굴을 보고 있습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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