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빚더미 인천도개공, 고리외채까지?

  • 입력 2009년 2월 6일 06시 38분


인천도시개발공사가 검단신도시 등의 개발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높은 이자의 외국자본을 빌리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시의회와 시민단체에서는 “도개공이 공사채 발행으로 이미 수조 원대의 채무를 안고 있는 상태여서 자칫 재정 악화에 따른 공기업 부실이 우려된다”며 “외국자본을 빌리는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5일 주장했다.

도개공은 검단신도시 개발사업 보상비 등의 재원 확보를 이유로 중동의 건설사로부터 연이율 8%대에 10억 달러를 빌리겠다는 내용의 ‘해외자금 차입 계획안’을 지난해 말 인천시의회에 제출했다.

문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으로 돈을 빌린다는 것. 차입조건은 연이율 8%로 매년 8000만 달러씩 모두 4억 달러를 5년간 이자로 지불하고, 원금 중 2000만 달러인 2%를 수수료로 먼저 지급하기로 되어 있다. 10억 달러를 5년간 빌려 쓰면서 이 기간에 원금의 40%에 해당하는 돈을 이자로 주는 것.

도개공은 이미 수조 원의 공사채 발생이 이뤄져 정부로부터 공사채 발행 승인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해외 자본을 빌리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개공의 자본금은 1조2728억 원에 달한다. 이 중 공사채를 포함해 부채가 2조8753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220%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도개공은 올해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공사채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어서 재정상태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개공은 검단신도시 조성과 청라지구 17단지 웰카운티 아파트 공사, 용유-무의 국제관광단지 조성 등을 위해 공사채를 추가로 발행해 사업자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자금 차입에 대해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 시장이 불안한 상태에서 비싼 이자와 수수료까지 주면서 중동 국가의 자금을 들여오는 것은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시의회도 해외자본을 빌리는 것을 다시 검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호 의원은 “국내 시중은행의 금리도 현재 5∼6%대에 불과한데 4억 달러의 비싼 이자와 높은 수수료를 주면서까지 해외자금을 차입할 필요가 있느냐”며 “해외자금의 정확한 출처와 자금의 성격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외국투자기업의 국내법인 대표는 “고환율 시대에 환 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해외자금을 차입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불합리하고 무리한 자금 차입에 앞서 도개공이 비수익성 사업을 축소하거나 대규모 개발사업을 과감히 민간 사업자에게 이양해 공사의 재정을 건실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인천도개공 관계자는 “현재까지 외국자본을 빌리는 계획만 있을 뿐 확정된 것은 아무것 도 없다”며 “협상을 통해 이자율을 낮추는 등 유리한 조건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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