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물 분쟁 격화… 부울경 우정 금 갈라

  • 입력 2009년 2월 4일 06시 16분


“물도 못 나눠먹는다면서 어떻게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박맹우 울산시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김태호 경남지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경위는 이렇다.

김 지사는 지난달 21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부산과 울산, 경남이 대통합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울산시는 즉각 보도자료를 통해 ‘김 지사의 발언은 사전 논의되지 않은,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1997년 7월 경남도에서 분리와 함께 광역시가 된 울산시의 형편에서는 김 지사 발언이 ‘경남도로의 재흡수’로 비쳤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부산과 경남 사이에 ‘물 싸움’이 터졌다.

정부의 남강댐 물 부산 공급 구상과 관련해 김 지사는 “대처가 미흡했다”며 담당 국장과 과장을 직위해제하고, 본인도 ‘감봉 3개월’을 자처했다.

박 시장이 “이웃 자치단체와 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통합을 들고 나오느냐”고 공격한 배경이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그동안 적지 않은 갈등을 빚었지만 사안에 따라 ‘공조’를 했다. 2000년부터는 부울경 발전협의회를 만들어 경제협력, 해외시장 개척, 관광개발 등에서 힘을 모았다.

지난달 20일에는 3개 자치단체 관계자들이 양산시청에 모여 정부 사업인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양산 유치를 위한 위원회도 출범시켰다. 동남권 신공항 건설에 대해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부산과 경남의 물 분쟁, 김 지사의 전격적인 통합 제안, 박 시장의 김 지사 공개 비판 등으로 오랜 우정에 금이 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인접 자치단체장들의 건전한 경쟁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다만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정치적 계산을 앞세우면 곤란하다. 무엇보다 부울경은 한 뿌리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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