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고려대 1학년 김인건 군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무조건 암기 NO, 확실히 알 때까지!… 개념노트 파고 또 팠죠”

《오전 두 시. 컴퓨터 모니터를 노려본 지 벌써 9시간째다. 화면 속에서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캐릭터가 몬스터와 혈투를 벌이는 중이다. 갑자기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이 일을 마치고 돌아오셨나 보다. 후다닥 컴퓨터를 껐다. 게임이 끝나면 왠지 마음이 허탈하다. 내가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오는 컴퓨터 게임 중독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학교에 갔다 오면 하루 7∼9시간씩 게임만 하니 ‘게임 폐인’이나 다름없다. ‘아, 이래선 안 되는데’ 불현듯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엄습해온다. 김인건(사진·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1·대전대신고 졸업) 씨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본인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 공부라곤 전혀 하지 않았던 그는 반에서 36명 중 25, 26등을 했다.》

인생 전환은 뜻밖의 사고(?)에서 비롯됐다. 중학교 2학년 봄 갑자기 컴퓨터가 고장 난 것. 김 씨는 이번 기회에 컴퓨터를 단호하게 끊기로 마음먹었다. 고장 난 컴퓨터를 그대로 놔두고, 공부를 하기 위해 책을 펼쳐들었다.

성적은 천천히 단계적으로 올랐다. 중학교 2학년 때는 반에서 10등대, 중학교 3학년 때는 반에서 2∼4등, 고등학교 때는 줄곧 반에서 1, 2등, 전교에서 10등 안에 들었다.

○ 처음에는 옆에서 ‘동기부여’해줄 사람이 필요해요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은 항상 오전 2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 부모님은 게임에 빠진 막내아들에게 꾸지람 대신 “게임 줄이고 공부 좀 해라”고 조언을 하곤 했다. 그러나 그는 항상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러던 김 씨도 자신의 의지가 생기자 완전히 달라졌다. 국·영·수든 암기과목이든 시험 전날에야 외워서 시험을 보던 그가 평소에도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공부와 거리가 멀던 김 씨가 처음 공부 습관을 들이는 데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학원 하나 다니지 않던 그는 영어 과외를 받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생이던 영어 과외 교사는 임용 고시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김 씨를 데리고 매일 같이 대학 도서관에 다녔다.

1년 정도 주말까지 매일 6시간씩 밤 12시까지 공부를 했다. 당장 무슨 효과가 있을까 의심이 들어도 우직하게 공부 시간을 지켰다. 모두 옆에서 친형처럼 동기부여를 해준 과외 교사 덕분이었다.

○ 성적이 오르면 자신감이 생기고 스스로 공부하게 되요

1년 정도 지나자 누가 데리고 다니지 않아도 스스로 도서관에 다니게 됐다. 공부 습관이 제대로 잡혀서 2시간 정도 앉아서 집중할 수도 있었다.

성적도 훌쩍 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전교 25등을 하고, 고등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에서 전교 7등을 했다. 점차 자신감이 붙고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겨났다. 이런 욕심과 자신감이 공부에 더 몰입하는 추진력을 주었다.

주변의 칭찬과 격려도 힘이 됐다. 같은 중학교 출신의 친구들은 고등학교에 올라가자마자 반에서 1, 2등을 하는 김 씨를 보며 한결같이 “놀랍다” “부럽다”는 말을 건넸다. 부모님도 몰라보게 얼굴이 좋아지고 밝아졌다. 스스로 효도한 기분이 들어 기분이 날아갈 듯했다. 이런 기분을 좀 더 느끼고 싶어진 김 씨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공부하는 학생이 됐다.

○ 중학교 때 수학, 영어의 기초를 확실히 닦아야

김 씨는 “중학교 때 수학과 영어 위주로만 공부해야 고등학교 가서 빛을 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때 최상위권에 오르는 관건인 두 과목의 기초를 잘 닦아뒀던 그는 고등학교 때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을 벌 수 있어 성적이 자연스레 올랐다.

수학은 원래부터 자신이 있었다. ‘절대 암기하지 않고 원리 이해 위주로 공부한다’는 철칙 덕분이었다. 대부분의 친구가 문제집의 응용문제를 많이 풀면서 유형별 접근법을 암기하는 스타일이었다면, 김 씨는 교과서 공식을 확실히 이해하는 데 시간을 충분히 들이는 스타일이었다.

김 씨는 수학 ‘개념 노트’를 아예 따로 만들었다. 예를 들어 근의 공식을 새로 배웠다면 교과서의 풀이과정을 보면서 공식의 유도 과정을 이해한 다음, 교과서를 덮고 개념이 명확히 설 때까지 개념 노트에 반복해서 따라 적어봤다.

개념이 완벽하게 이해가 되면 문제풀이에 들어갔다. 김 씨는 고난도의 문제를 소량 푸는 것보다 중간 난도의 문제를 다량 푸는 편을 택했다. 문제풀이는 어디까지나 개념을 확실히 잡기 위해서라고 여기면서 문제집을 한두 권만 풀되, 확실히 알 때까지 풀었다.

영어는 노력을 통해 약한 과목에서 잘하는 과목으로 바꿨다. 중학교 때는 일단 영어 공부의 기본인 ‘단어 외우기’에 주력했다. 단어는 ‘누적 반복식’으로 외웠는데 일별로 정리된 단어책을 구입해서 60일 치면 첫째 날은 1일 치, 둘째 날은 1∼2일 치를 공부하는 식으로 복습을 항상 1일 치부터 시작했다. 단어를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60일 치를 복습하는 날에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죽 읽어나가는 데 40분이면 충분했다. 능률 VOCABULARY 책과 리딩튜터 독해책을 이런 식으로 몇 번 떼고 고등학교에 입학했더니 영어 성적이 크게 올랐다.

고등학교 때는 평소에도 수능 기출문제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를 꾸준히 풀고 모의고사에 나온 단어와 문법을 정리해뒀다. 노트를 따로 만들어서 이들 시험의 문제를 붙이고 관련된 문법도 정리해뒀다. 이처럼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매일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수능 공부를 해둔 덕분에 수능 외국어 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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