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씨 검거 프로파일러 “車가진 호감형 30대” 정확히 추정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 강호순 특성 찾아낸 경기경찰청 이상훈-이유라 씨

경찰청 수사관, 잠바서 검출 DNA 증거 보이자

강씨 “거기서 나올줄은 몰랐네요” 범행시인

‘호감 가는 인상의 30대 남성으로 차량을 소유하고 있으며 경기 서남부 일대에 거주하는 자.’

여성 4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을 때 경찰이 추정한 용의자의 특성이다.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씨는 2년 전에 경찰이 만든 이 프로필과 정확히 일치한다.

경기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사무실에서 1일 만난 이상훈(41) 범죄분석팀장과 이유라(29) 범죄분석관은 강 씨를 잡는 데 기여한 프로필을 작성했다.

○ “더 빨리 잡았더라면… 자책감도”

이들은 2007년 초에 경기 서남부 일대에서 사라진 여성 4명이 연쇄살인의 피해자일 가능성에 주목했다.

“비교적 쉽게 유인할 수 있는 여성들에 이어 공개된 장소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점으로 미루어볼 때 한 사람이 첫 범죄 성공 이후 자신감을 얻은 뒤 연쇄 범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이유라 분석관)

실종신고는 잇따랐지만 사건 해결의 열쇠인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다. 수사가 더디게 흘러가는 동안 다른 피해자가 생겼다.

이 팀장은 “추가 범행에서 증거를 확보하고 시신도 발견돼 결국 범인을 잡았지만, 더 빨리 잡았더라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자책감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강 씨의 연쇄살인 사실을 밝혀내는 데도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컸다.

실종된 회사원 김모 씨의 유전자(DNA)가 지난달 29일 오후 강 씨 잠바에서 검출되자 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경위가 증거를 들이댔다. 강 씨는 “DNA가 거기서 나올 줄 몰랐네요”라며 무너졌다.

○ 강 씨는 죄책감 안 느끼는 사이코패스 범죄자

이들은 강 씨를 3시간 이상 면담하는 등 조사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이 분석관은 “다른 연쇄살인범에 비해 죄책감을 느끼는 정도가 매우 약하다”고 분석했다. 강 씨 스스로 “내가 사이코패스인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냉철한 편이라고.

하지만 부모에 대해서는 “묻지 말아 달라”고, 두 아들에 대해서는 “미안하다”며 눈물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2005년부터 프로파일러로 일하면서 안양시 초등학생 살해범, 13명을 죽인 정남규 등 연쇄살인범을 만났다.

그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의 씨앗은 유년 시절에 싹튼다. 학대를 받은 아이가 어려서부터 폭력을 학습하고 모방하면서 타인을 향한 범죄로 표출한다는 얘기.

강 씨는 “중2 무렵까지 아버지에게 호되게 매질을 당한 기억이 있다”고 이 팀장에게 털어놓았다고 한다.

○ 여성 프로파일러 맹활약

경기경찰청 소속 프로파일러 4명 가운데 3명이 여성이다. 연쇄살인범은 대부분 성범죄자. 불편하거나 불쾌한 상황에 마주칠 때가 있을 법하다.

“범죄자가 충분히 이야기하도록 억압적 분위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데이터를 충실하게 모아야 다른 범죄가 발생했을 때 자료로 활용할 수 있거든요. 오히려 여성에게 마음을 더 잘 여는 편입니다.”

동기가 뚜렷하지 않은 범죄가 늘면서 사건의 유형과 증거를 토대로 용의자를 추정하는 프로파일러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일요일에도 현장검증 준비를 하느라 증거를 다시 살피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미국 드라마와 비슷하냐고요? CSI에서는 1시간 안에 사건이 해결되지만 우리 일은 몇 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겠죠.”

수원=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프로파일러 (Profiler):

범죄 전의 행적과 범죄의 특성, 범죄 뒤의 행동 등으로 미루어 범죄자의 유형을 파악한다. 현장 감식과 증거 분석, 용의자 면담 등 과학수사기법을 활용해 연쇄살인사건 수사에서 특히 활약이 두드러진다. 한국에서는 유영철 사건 이후 널리 알려졌다.

▶ donga.com에 동영상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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