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심리 파악 - 교통사고 법률지식 책도 섭렵
이름도 안묻고 10시간내 납치→살해→암매장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39) 씨는 여성 편력 소설, 관상 서적, 심리분석서 등을 즐겨 읽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경기 안산시 팔곡동 강 씨의 집에서 발견한 책들은 그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집에서 발견된 책들은 △수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는 실화소설 △관상 관련 서적 △외모나 말투, 행동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심리분석서 △교통사고 법률지식 서적 등이다.
강 씨가 읽은 ‘뻘’은 20년간 여자 1000명과 성관계를 가진 한 제비족의 실화를 다룬 소설. 이 소설 서문에는 “경제인 등의 딸, 교수나 전문직 여성, 유력 직업을 가진 이들의 부인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두루 섭렵했다…결국 나는 무능력한 사회 낙오자로 이리저리 떠돌았다”고 나와 있다. 주인공은 사춘기, 군 시절,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수 많은 여성과 편력을 쌓는다.
강 씨는 이 밖에도 관상 읽는 법, 외모, 말투, 행동 등으로 사람의 성격이나 유형을 파악하는 책도 섭렵한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강 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상보감’ ‘한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107가지 비결’ 등은 그가 평소 타인의 얼굴과 심리에 관심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관상보감’에는 얼굴 관상뿐 아니라 앉은 모습으로 본 성격, 걷는 모습으로 본 성격 등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
그가 읽은 ‘한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107가지 비결’(작가 구니시 요시히코)에는 얼굴 표정, 눈, 피부, 대화내용, 취향 등으로 상대를 꿰뚫어보는 법이 상세히 나와 있다.
강 씨의 집에서는 또 ‘교통사고의 법률지식’이란 책도 발견돼 각종 교통사고와 화재사고로 수억 원대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경찰은 2일 강 씨는 피해 여성들의 이름 등도 파악하지 않은 채 납치한 지 10여 시간 만에 살해 암매장까지 끝마치는 ‘속전속결’식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처음 만난 사람의 유형을 빨리 파악하고 유인하는 강 씨의 행각은 평소 읽던 책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 씨는 책을 모델로 삼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유형이며 그의 독서 취향이 범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강 씨가 왜 여성을 유혹하고 연쇄살인을 했는지 보여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