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여성편력 소설-관상책 보며 ‘범죄수업’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9분


현장검증에 몰려든 주민들 2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노래방 앞에서 포승줄에 묶인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씨가 피해자 김모 씨를 유인해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안양=홍진환 기자
현장검증에 몰려든 주민들 2일 경기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 노래방 앞에서 포승줄에 묶인 연쇄살인사건 피의자 강호순 씨가 피해자 김모 씨를 유인해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하기 위해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안양=홍진환 기자
■ 경찰, 강호순 집서 관련서적 발견

상대심리 파악 - 교통사고 법률지식 책도 섭렵

이름도 안묻고 10시간내 납치→살해→암매장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39) 씨는 여성 편력 소설, 관상 서적, 심리분석서 등을 즐겨 읽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경기 안산시 팔곡동 강 씨의 집에서 발견한 책들은 그의 엽기적인 살인 행각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집에서 발견된 책들은 △수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는 실화소설 △관상 관련 서적 △외모나 말투, 행동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심리분석서 △교통사고 법률지식 서적 등이다.

강 씨가 읽은 ‘뻘’은 20년간 여자 1000명과 성관계를 가진 한 제비족의 실화를 다룬 소설. 이 소설 서문에는 “경제인 등의 딸, 교수나 전문직 여성, 유력 직업을 가진 이들의 부인 등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두루 섭렵했다…결국 나는 무능력한 사회 낙오자로 이리저리 떠돌았다”고 나와 있다. 주인공은 사춘기, 군 시절, 사회생활을 거치면서 수 많은 여성과 편력을 쌓는다.

강 씨는 이 밖에도 관상 읽는 법, 외모, 말투, 행동 등으로 사람의 성격이나 유형을 파악하는 책도 섭렵한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강 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상보감’ ‘한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107가지 비결’ 등은 그가 평소 타인의 얼굴과 심리에 관심이 많았음을 보여준다. ‘관상보감’에는 얼굴 관상뿐 아니라 앉은 모습으로 본 성격, 걷는 모습으로 본 성격 등에 대한 내용도 들어 있다.

그가 읽은 ‘한눈에 사람을 알아보는 107가지 비결’(작가 구니시 요시히코)에는 얼굴 표정, 눈, 피부, 대화내용, 취향 등으로 상대를 꿰뚫어보는 법이 상세히 나와 있다.

강 씨의 집에서는 또 ‘교통사고의 법률지식’이란 책도 발견돼 각종 교통사고와 화재사고로 수억 원대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과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경찰은 2일 강 씨는 피해 여성들의 이름 등도 파악하지 않은 채 납치한 지 10여 시간 만에 살해 암매장까지 끝마치는 ‘속전속결’식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처음 만난 사람의 유형을 빨리 파악하고 유인하는 강 씨의 행각은 평소 읽던 책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강 씨는 책을 모델로 삼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유형이며 그의 독서 취향이 범죄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강 씨가 왜 여성을 유혹하고 연쇄살인을 했는지 보여주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안산=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이철 동아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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