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잔하자” “차 태워주겠다” 유인… 닷새에 한명꼴 살해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10분


■ 2년 넘게 이어진 강호순의 살인행각

차 태운 뒤 성폭행-살해-암매장 수법 반복

5번째 범행뒤 22개월 공백… 추가범죄 의혹

경찰 단순실종으로 취급 초동수사 ‘헛발질’

《경기 서남부지역 연쇄살인 피의자 강호순(39) 씨에게 살해당한 7명의 여성은 모두 강 씨의 차 안에서 목 졸려 숨졌다. 20∼50대 등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살해했지만 그 수법은 동일했다. 그는 피해 여성들을 자신의 승용차에 태운 뒤 성폭행을 하고 목을 졸라 살해했으며 피해자들의 옷을 벗긴 채 인적이 드문 곳을 골라 각기 다른 장소에 암매장했다.》



○ 살해 장소는 승용차

23일 경찰의 1차 조사를 받은 강 씨는 다음 날 새벽 자신의 무쏘와 에쿠스 승용차를 모두 불태웠다.

7명을 모두 살해했다는 강 씨의 자백이 나오기 전까지 경찰은 강 씨가 에쿠스를 안모(21) 씨 살해에 사용했지만 무쏘는 사용했던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했었다.

이에 대해 수사본부의 한 관계자는 “안 씨 사건과 연관이 없는 무쏘 승용차까지 불태웠다는 것은 해당 차량을 이용한 추가 범행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했고, 그 예측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강 씨는 2006년 12월 13일 경기 군포시 금정동의 한 노래방에서 만난 배 모(45) 씨에게 “2차로 술 한잔 하러 가자”며 접근했고, 경기 화성시 비봉면의 도로변에 무쏘 승용차를 세우고 성관계를 한 뒤 곧바로 스타킹으로 목 졸라 살해했다.

같은 해 12월 24일엔 똑같은 수법으로 노래방 도우미 박모(36) 씨를, 2007년 1월 6일에는 노래방 도우미 김모(39) 씨를 살해했고 시신은 모두 암매장했다. 다른 4명의 피해자들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중 “태워주겠다”는 강 씨의 말에 속아 차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2007년 1월 3일에는 회사원 박모(50) 씨가, 4일 뒤에는 대학생 연모(20) 씨가 강 씨의 무쏘 승용차에 탔다가 숨졌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살해된 주부 김모(48) 씨와 안 씨는 에쿠스 차량에서 목 졸려 숨졌다.


▲동아닷컴 신세기,정주희 기자

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도구 없이 여성들이 입고 있던 스타킹이나 타이츠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강 씨는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피해 여성의 손톱을 자르고 옷가지를 불태우는 등 증거를 남기지 않는 치밀함도 보였다. 강 씨는 지난해 11월 김 씨를 살해한 뒤부터 암매장하기 전 피해 여성들의 손톱을 잘랐다.

한편 피해자 가운데 시신이 확인되지 않은 노래방 도우미 김 씨의 경우 시신 암매장 장소에 골프장이 들어서있어 발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경찰은 “시신을 발굴하려면 골프장 보상 비용 등 10억 원 정도가 들 것 같다”며 “시신 발굴 방법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왜 2년 동안 잡지 못했나

강 씨가 2년여에 걸쳐 무려 7명의 여성을 살해한 것을 두고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첫 희생자인 배 씨의 가족은 실종된 지 8일 뒤에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신고 18일 만인 2007년 1월 8일에야 수색작업에 나섰다.

경찰이 통상적인 실종사건으로 취급하고 있을 때, 강 씨는 2006년 12월부터 불과 26일 사이에 5명의 여성을 살해했다.

7건의 사건 모두 강 씨의 축사로부터 반경 10km 이내에서 일어났다. 대부분 42번, 47번 국도 주변이었다. 당시 강 씨가 이미 전과 8범(현재는 9범)인 데다 2007년 박 씨의 시신이 발견되거나 마지막으로 휴대전화가 꺼진 곳 인근에 강 씨가 거주하고 있었지만 강 씨는 경찰의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강 씨가 아들이 2명 있고, 2008년 이전까지는 성폭행 전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2007년 1월 7일 5번째 범행 이후 지난해 11월 9일 6번째 범행 때까지 22개월의 공백이 있어 경찰은 7건 외에 강 씨가 저지른 추가 범행이 있는지 조사에 나섰다.

안산=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동아닷컴 신세기,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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