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철거민 시위 해산과정에서 4명 사망 17명 부상

  • 입력 2009년 1월 20일 09시 45분


재개발에 따른 생계 및 거주대책을 세워달라며 철거상가 현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철거민과 진압하던 경찰이 충돌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재개발지역 4층 건물에서 이틀째 점거농성을 벌이던 철거민들은 경찰 진압에 화엄병을 던지며 맞섰고 이 과정에서 4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했다.

경찰 특공대원들은 이날 오전 6시40분 기중기를 이용해 건물옥상에 진입한 뒤 본격적인 진압작전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갑자기 불길이 치솟아 옥상 전체로 번졌다.

불길에 철거민들이 옥상에 설치한 5m 높이의 망루가 무너지면서 철거민으로 추정되는 3명과 경찰 1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철거민 1명이 중상을 입고 경찰특공대 4명 등 17명도 화상을 입은 채 인근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돼 사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재는 철거민들이 농성을 시작하며 대량으로 준비했던 시너에 불이 옮겨 붙으며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경찰이 파악한 사망자는 3명이고 진압 현장에 투입된 특공대원 1명의 연락이 두절돼 사망자 중에 경찰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회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5시 30분부터 이곳 건물 옥상을 점거한 채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강제철거를 하면 생계를 이어갈 수 없다”면서 “서울시가 임시주택과 상가를 만들어 거주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경찰은 이날 진압을 위해 18개 중대 1400여명과 경찰특공대 49명을 투입했다. 오전 9시30분 현재 시위를 벌이던 철거민 15명가량이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서울 용산사거리에서 용정사거리구간 양방향이 통제돼 한강대로를 지나는 차량들이 용산역으로 우회하면서 이 지역 일대는 극심한 출근길 교통정체가 빚어지기도 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