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English동요… 아이들이 영어시간만 기다려요”

  • 입력 2009년 1월 20일 02시 58분


영어수업 경진대회 결승 진출 천윤숙 교사 좌우명은 ‘FUN 교실’

뜻맞는 교사들 놀이식 수업 운동 3년째… 카페 회원 1000명 육박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수업 시간. 교사가 단군 건국신화를 영어로 들려준 다음 퀴즈를 냈다. 오늘의 수업 목표는 동사의 과거형을 활용한 표현을 연습하는 것. 정답을 맞힌 모둠에게만 보드게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이어 교사는 직접 작사, 작곡한 영어 동요를 불러줬다. 어학원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조차 눈을 반짝이며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불렀다.

이 수업의 주인공은 경기 고양시 백양초등학교의 천윤숙(사진) 교사. 천 교사는 이 공개수업 동영상으로 ㈜YBM시사닷컴이 주관하는 초중고등학교 교사 대상의 영어수업 경진대회인 ‘YBM TEE Awards’의 결선에 진출했다.

대회에 낼 공개수업 동영상을 녹화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천 교사가 활동하고 있는 영어 교사들의 모임에서는 한 학기에 한 번 공개수업을 하고, 매주 워크숍을 하며 수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KEPIK’이라는 이름의 이 모임은 경기 고양시에 있는 초등학교 원어민 협력교사(원어민 교사와 함께 수업을 하는 한국인 영어교사)의 모임이다. 원어민 협력교사 몇 명이 모여 시작한 동아리가 만 3년째를 맞으며 현재는 1000명 가까이 되는 온라인 카페(cafe.daum.net/KEPIK)를 꾸려 나가고 있다. 이 카페에는 공개수업 동영상, 수업 지도안, 학습자료, 방학 영어캠프 자료가 올라 있다. ‘공부하는 교사들의 모임’인 만큼 다른 지역 교사들도 알음알음 찾아온다. 천 교사는 이 카페의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천 교사와 함께 모임을 이끌어가는 소그룹 리더 5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인정(오마초), 김민섭(한수초), 김희태(성사초), 박인자(강선초), 이은영(성저초) 교사다.

교사들이 꼽는 초등 영어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 반 아이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라는 것. 조기유학을 갔다 온 학생이 있는가 하면 6학년이 되어도 영어 문장 하나 못 읽는 학생도 있다. 교사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도 한 반 아이들이 고루 참여할 수 있는 영어수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스레 수업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게임이 인기다.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는 카페에서 서로 공유한다.

교사의 성격과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특기를 개발하기도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천 교사는 원어민 교사와 함께 5, 6학년 영어교육과정에 맞춰 24곡의 노래를 작사, 작곡했다. 교과서에 나온 영어 동요는 반복되는 단순한 가사에 어딘지 멜로디가 부자연스러웠기 때문이다.

활달한 성격의 김인정 교사는 원어민 교사와 역할극을 만들었다. ‘무엇을 하고 싶니(What do you want to do)?’가 교과서에 나온 핵심 표현이라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giving tree)’ 원작을 가져다가 ‘무엇을 하고 싶니’가 최대한 많이 반복되도록 5분 정도 분량의 극본을 쓰는 식이었다. 수업 시간에는 완성된 극본으로 원어민 교사와 2인 역할극을 했다. 원어민 교사는 나무 역을, 김 교사는 소년 역을 맡았다. 나무 밑동에 앉는 장면에서는 원어민 교사의 무릎에 가서 앉는 등 코믹한 장면도 마다하지 않았다. 김 교사는 “온갖 냉대와 비웃음과 경멸을 받아도 나는 즐거웠다. 6학년 학생들은 사춘기라 고개를 냉담하게 돌리는 듯해도 다 듣고 있더라”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역할극이 끝나면 OX퀴즈와 게임으로 내용을 이어갔다. 아이들 한두 팀을 뽑아 앞에서 역할극을 따라하도록 시키기도 했다.

자연계열 출신이라 수학, 과학에 관심이 많다는 이은영 교사는 영어로 수학, 과학을 가르쳤다.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는 종이를 삼각형, 사각형, 원 등 다양한 모양으로 오리면서 각 도형에 해당하는 영어단어를 배우고, 그 종이를 여기저기 붙이면서 변하는 색깔들을 다시 영어로 가르쳐줬다.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수학, 과학 활동으로 영어를 배우니 학생들이 훨씬 즐겁게 수업에 참여했다.

교사들은 “집에서도 영어를 공부로 여기지 않게 재미있게 영어로 놀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집안 곳곳에 영어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놓아두는 것. 애니메이션을 틈틈이 틀어주는 것도 좋다. 되도록이면 많은 ‘인풋(input)’을 주기 위해서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YBM TEE Awards

(Teaching English in English Awards)

㈜YBM시사닷컴이 주관하고 YBM원격교육연수원이 주최하는 전국 초중고교 현직교사 대상의 영어수업 경진대회. 공교육에 힘을 보태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영어 교과서를 기초로 하는 교실수업 동영상과 수업계획안 등을 심사하여 우수 교원을 선정하고 포상한다. 14일에 결선 진출자가 발표됐고, 2월 4일에는 서울영어마을 수유캠프에서 결선이 개최된다. 대상을 수상하는 2명의 교사에게는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에서 3주간 TESOL 프로그램(600만 원 상당)을 이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학교에서 해볼만한 영어회화 게임|

[1] 영어회화 게임 1=‘폭탄(Bomb)’ 게임

학생들 사이에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문장연습 게임. 과거동사를 배웠다면 학생(모둠)이 세로축에 있는 인물과 가로축에 있는 물건, 행동 중 자유롭게 선택해서 과거동사를 활용한 문장을 만들어 말하도록 한다. 문장이 완벽하면 해당하는 세로축과 가로축이 교차하는 지점의 점수판에 있는 포스트잇을 떼서 그 학생(모둠)에게 점수를 준다. 빨간 점수표가 나오면 다른 학생(모둠)에게 점수가 가고, 폭탄 그림이 나오면 여태까지 쌓은 점수가 없어진다.

준비물: 넓은 하드보드지에 표를 만들 듯 세로축에는 인물의 얼굴 그림을, 가로축에는 다양한 물건, 행동 그림을 붙이고, 가운데 칸에는 포스트잇으로 가린 점수판을 붙인다. 점수판 중 일부는 빨간 점수판으로, 일부는 폭탄 그림으로 만든다.

[2] 영어회화 게임 2=‘나무 블록으로 탑 쌓기’ 게임

영어로 된 동화를 들려주고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질문 10가지를 던진다. 문제를 맞힌 학생(모둠)에게는 5초 동안 나무 블록으로 탑을 쌓을 수 있게 한다. 탑을 높이 쌓아올리되, 방법은 자유롭다. 문제가 다 끝난 뒤 가장 탑을 높이 쌓은 학생(모둠)이 승리한다.

준비물: 보드게임 ‘젠가’(나무 블록으로 탑을 쌓았다가 하나씩 빼서 탑을 무너뜨리는 사람이 지는 게임) 세트

[3] 영어회화 게임3=‘룰렛’ 게임

영어로 된 대화를 들려주거나 비디오를 보여준 후 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완벽한 문장으로 대답한 학생(모둠)에게만 룰렛을 돌릴 기회를 준다. 벨크로(접착천)로 된 공을 던져서 룰렛에 붙으면 해당하는 점수를 줘서 질문이 끝났을 때 가장 점수가 높은 학생(모둠)이 승리한다.

준비물: 부직포로 만든 룰렛, 벨크로 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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