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경제학 서적 없어… 글 짜깁기 연습 많이한 듯”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미네르바’ 박모 씨는 검찰이 진짜 ‘미네르바’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올해의 경기를 예측해보라’고 요구하자 앉은 자리에서 인터넷 검색만으로 40여 분 만에 A4 용지 2장 분량의 글을 써내 수사팀을 놀라게 했다. ▶미네르바가 검찰에서 쓴 글
박 씨는 이 글에서 다양한 통계 수치를 인용해가며 ‘중국의 내수시장 위축과 지난해의 환율 폭등이 맞물린 결과, 올해 국내 기업들이 조업 단축과 수익성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막힘없이 써냈다.

문장이 다소 길고 문법이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리사이클링의 피드백 반복 효과’ 같은 난해한 용어를 섞어가며 전문가 ‘냄새’를 풍겼다. 또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지난해 8∼11월 월별 서비스업 생산 증가율을 그린 그래프도 글 중간에 삽입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어떻게 예고했느냐’는 질문에는 “베어스턴스 사태를 보고 다음 순위인 리먼의 부도를 예상했다. 이는 당연한 추측 아니겠느냐”고 답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박 씨의 집을 압수수색할 때 경제학 관련 책은 별로 없었다”며 “주로 웹 사이트 서핑을 통해 본 글들을 짜깁기해 글을 쓰는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박 씨는 9일 오후 무료 변론을 자임한 변호사 출신 민주당 이종걸 의원 등을 접견한 자리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고 민주당 측이 밝혔다.

박 씨는 “인테리어 가게를 한 적이 있는데, 원자재 공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환율이나 주가 때문에 많은 피해를 보는 것을 봤다. 가급적 정확한 의견을 통해 이런 사람들의 손해를 줄이려고 했다”고 주장했다는 것. 또 “나는 주식투자나 외환거래를 한 적도 없고 이득을 본 적이 없는데 왜 공익에 저해되느냐”며 “유명해질 마음도 없고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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