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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3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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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한국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냈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6시경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실에 접수된 성금 봉투와 편지에는 작가 49명의 이름이 기부자로 적혀 있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에드거 앨런 포, 기드 모파상, 사뮈엘 베케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무라카미 하루키, 김승옥, 이청준, 이외수, 전경린…. 외국과 우리나라의 유명 작가들이었다.
모금회 직원들에 따르면 20대 남성 A 씨가 찾아와 “도서관에서 읽은 책을 통해 어두운 천체에서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성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며 “책을 읽을 때의 행복을 조금이나마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작가의 이름으로 돈을 기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A 씨가 기부한 금액은 31만4150원. 그는 자신을 ‘직장이 없는 20대 백수’라고 소개한 뒤 “기부금은 1년간 읽은 책에 표시된 책값의 절반을 모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허락 없이 행한 무례한 행동에 대해 작가 분들께 용서를 구한다”며 “작가 분들 모두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 다양한 ‘이색 기부’가 이어졌다.
한 40대 신사는 1만 원권 지폐 100장 1묶음을 기부했다. 그는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며 기부를 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성금을 낸다”는 말만 남겼다.
또 다른 기부자는 1년간 자신의 지각과 흡연에 매긴 ‘벌금 50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비록 벌금이기는 하지만 기부금 영수증으로 바꿔가니 기분이 좋아졌다”며 “내년에는 좋은 일로 더 많이 거둬서 갖고 오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