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청자의 꿈, 유럽서 펼쳐요”

  • 입력 2009년 1월 2일 06시 02분


9개국 순회전 준비하는 강진청자박물관 조유복 조각실장

“새해야말로 강진청자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원년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국내 유일의 ‘관요’(官窯·관청이 운영하는 가마)로 꼽히는 강진청자박물관 조유복(46) 조각실장의 새해맞이는 벅찬 꿈으로 가득하다.

2006년 파리 유네스코본부 특별전에 이어 지난해 일본 미국 ‘6개 도시 순회전’으로 불붙은 강진청자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올해 유럽 순회전을 통해 만개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조 실장은 청자 제작 과정에서도 가장 높은 숙련도를 요구하는 상감(象嵌) 분야에서 손꼽히는 인물.

상감기법이란 반건조된 그릇 표면에 무늬를 음각하고 초벌구이를 한 다음 그 안을 백토 황토로 메워 다시 구워내 무늬가 유약을 거쳐 투시되도록 하는 것.

고려 도공들이 세계 최초로 창안한 것으로 알려진 상감기법에 대한 그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는 “지난해 미국 순회전의 첫 행사였던 워싱턴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시연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며 “그릇 표면에 조각칼로 구름과 학 문양을 새길 때마다 ‘매직!’을 연발했던 미국인들의 탄성이 귀에 선하다”고 말했다.

그와 청자의 인연은 태어나면서 시작됐다.

강진군 대구면 청자도요지 마을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지천에 널린 청자 파편들을 갖고 놀면서 그 신비한 비취색에 빠져들었다”며 “언젠가 내 손으로 명품 청자를 만들어 보겠다는 꿈이 이제야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을 이었다.

1986년 고려청자사업소(현 강진 청자박물관)에 들어와 이용희(70) 청자장(靑磁匠) 아래서 본격적인 수업에 들어가 20여 년을 정진한 끝에 나름의 경지를 개척했다.

그는 200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담 때 21개국 정상들의 국빈용 만찬선물로 증정돼 명품 반열에 오른 ‘청자상감운학문합’을 제작했으며, 강진요의 화목가마 1, 2기 축조 운영에 참여하는 등 청자 현대화의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형태와 색깔, 상감 등 어느 기준에서 보건 강진청자는 세계 최고”라며 “세계인들이 새롭게 그 가치를 인식하고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 우리 세대의 책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강진청자 유럽 순회전은 강진에서의 유배생활로 인연을 맺은 ‘하멜 표류기’의 주인공 헨드릭 하멜의 고향인 네덜란드 호린험 시에서 4월 개막해 로마 파리 베를린 런던 등 9개국 수도에서 91일간 이어진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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