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입시업체 간부 “평가원 직원 ID-비밀번호 같았다”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7분


수능성적 유출 고교 교사는 울산교육청서 자료 훔쳐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자료가 유출된 경로가 조금씩 확인되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직원 A 씨의 e메일을 통해 수능 성적 자료를 빼낸 입시상담업체 G사 김모 실장은 2007년 8월부터 A 씨와 또 다른 직원 B 씨의 e메일 비밀번호를 알아내 수시로 e메일을 열어본 것으로 18일 밝혀졌다.

김 실장은 당초 경찰 조사에서 “우연히 비밀번호를 맞혔다”고 진술했으나,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겁이 나서 거짓말을 했다”며 e메일 비밀번호를 알아낸 경위를 털어놨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 실장은 2007년 8월경 A, B 씨의 비밀번호를 우연히 알아냈다. A 씨의 비밀번호는 ID와 같았고, B 씨의 경우엔 한글 이름을 영문 타자로 바꿔 칠 때의 영어 알파벳이 비밀번호였다.

김 실장은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나이가 많은 분은 ID와 비밀번호를 같게 쓰는 경우가 있다”며 “평가원 직원 e메일의 비밀번호 입력란에 ID를 그대로 쳐보니 맞아떨어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평가원 관계자는 “평소에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라고 지시를 내리지만 직원들이 잘 이행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상에듀 진모 이사가 입수한 수능 성적자료는 울산의 모 고교 교사 조모 씨가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울산시교육청 사무실에서 자료를 몰래 빼내 입시업체 비상에듀, U사, D학원, J학원 등에 넘긴 혐의(절도)로 조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씨는 8일 진학담당 교사들을 상대로 강의를 하기 위해 울산시교육청에 갔다가 옆 사무실에서 관련 자료를 훔친 뒤 평소 알고 지내며 정보를 주고받던 학원 관계자들에게 팩스로 전송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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