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 ‘존엄사 소송’ 비약상고 기자회견문

  • 입력 2008년 12월 17일 16시 50분


항상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을 사랑하여 주시는 국민 여러분과, 오늘도 저희를 믿고 진료를 받고 계시는 환우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환자에 대한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문을 2008년 12월 4일 송달받았습니다. 이 판결이 국내 첫 존엄사 인정 판결로 알려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고, 이에 저희 연세의료원은 종교계 학계 법조계 언론계 시민단체 의료계 병원계 등 각계 전문가들과 수차례 논의를 거쳐 광범위하고도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하였습니다.

이번 사례를 포함하여 지금 이 순간에도 말 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고통을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윤리적인 측면, 의학적인 판단과 법적 제한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는 의료진의 입장, 사람의 생명을 사람이 판단할 수 없다는 기독교적 가치관, 또한 인간의 삶에는 즐거움과 고통이 모두 들어 있고 이 중에 고통이 심하다고 해서 무의미한 삶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 그리고 제한적이나마 존엄사를 인정하고 있다는 세계적인 경향, 나아가 완전한 사회적 합의나 법적인 기준이 이루어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이번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사려 있는 고민이 담겨 있으며, 그 내용이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자하는 세브란스의 설립 이념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생명에 관한 문제는 최대한 신중해야 하고, 자칫 초래될 수 있는 생명 경시 풍조를 방지하며, 입법 전까지는 연명치료 중단의 기준에 관하여 대법원의 최종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법적 제한 등을 고려하여 상소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의 고통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고려와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의 존엄성은 최대한 지켜져야 한다는 대명제에 따라 항소 없이 바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는 비약상고를 결정하였습니다. 이에 정해진 비약상고의 절차에 따라 즉시 원고측과 상의할 것입니다.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어떠한 경우에도 건강한 삶과 질병 치유를 위한 진료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08. 12. 17

연세대학교 의료원장 박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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