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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2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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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주택 입주권을 가진 세입자에게 주거이전비도 함께 지급하라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재개발단지당 수십∼수백억 원의 주거 이전비 청구가 잇따를 것으로 보여 임대료는 물론 함께 분양하는 아파트의 분양가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1997년부터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한 건물에 세 들어 살던 이모(40·여) 씨는 이 지역이 2006년 3월 뉴타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 고시되자 재개발조합 측으로부터 “옛 공익사업법에 따라 임대주택 입주권이나 주거이전비 중 하나만 선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씨는 지난해 4월 5일 입주권을 신청한 대신 이전비를 포기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2일 공익사업법이 개정되면서 세입자의 보호 대책이 강화됐다. 입주 자격과 이전비를 모두 받을 수 있음은 물론 이전비도 ‘3개월분 평균 가계지출비’에서 ‘4개월분(4인 기준 약 1300만 원)’으로 올라갔다.
이 씨는 개정 법률에 따라 이전비를 요구했고 조합 측은 “이전비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냈다. 상당수의 재개발조합은 여전히 입주권과 이전비 중 하나만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한편 가계비 1개월 추가분도 지급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판사 한승)는 10일 이 같은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 “임대주택은 공공적 제도로서 조합이 임의로 입주권이나 이전비 중 하나만 줄 권한이 없다”며 이 씨의 손을 들어준 것.
다만 “이전비 지급은 법률 개정일 이후에 보상계획 공고가 난 재개발 단지부터 적용된다”고 제한을 뒀다.
서울시가 짓는 임대 및 분양 혼합 아파트단지 중 법률 개정일 이후에 보상계획 공고가 난 곳은 현재 강서구 마곡지구, 중랑구 신내3지구 두 곳. 이 중 세입자 임대주택 규모는 수백 채에 이를 것으로 보여 수십억 원의 이주비가 추가로 들게 됐다.
서울시 SH공사 관계자는 “사업비 증가로 분양가 등에 약간 영향이 있겠지만 산정 기준이 따로 있는 임대료에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