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2월 5일 18시 25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아이들의 '주문(呪文)'에 신령스러운 힘이 있었던 걸까. 1년 후 주민들은 생업에 복귀해 있었고 아이들은 예전의 밝은 웃음을 되찾았다.
"올 초까지만 해도 친구들과 만나면 '이제 어떻게 하냐'며 어른들처럼 걱정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연예인 언니 오빠 이야기 등 일상적인 화제로 다시 돌아갔죠."
최주희(13·만리포중 1년) 양의 목소리는 활기찼다. 최 양의 부모는 올해 6월부터 생업인 바지락 채취를 다시 시작했다.
부모가 매일 방제작업과 생계비 지급 마을회의 등으로 밤늦게 귀가하던 지난해 12월. 파도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주희 양은 '가족회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아낄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전등 수를 줄이고 머리 감을 때 물통에 물을 담아서 쓰자고 했다'라는 글을 일기장에 썼다.
4학년 최민용(10) 군은 다시 이사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가장 기쁘다. 2005년 회사 생활을 접고 고향인 파도리로 이사해 횟집을 차린 민용 군의 아버지 장렬(38) 씨는 "손님은 크게 줄었지만 여름부터 장사를 재개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름유출 사고로 손님이 끊기자 다시 도시로 이사하려 했었다.
지난해 엄마, 아빠로부터 크리스마스 선물을 처음으로 받지 못해 섭섭해 했던 민용 군은 "올해도 생일은 그냥 지나쳤지만 반에서 공부를 1등 했다고 부모님이 피자를 사주셨다"고 자랑했다.
어른들이 방제작업 등으로 늘 집을 비우는 바람에 한동안 동생들을 돌보고 저녁도 지어야 했던 6학년 송유진(12) 양은 다시 돌아온 일상이 소중하기만 하다. 유진 양의 어머니 김미자(35) 씨는 "미역 채취 일을 다시 하면서 일찍 집에 들어와 밥을 해먹이니 아이들이 너무 좋아 한다"고 말했다.
조재진 파도초교교장은 "아이들이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다시 돌아왔다"며 기뻐했다.
파도초등학교살리기대책위 박병철(38) 씨는 "학생수(현재 39명)가 점차 줄어 통폐합 권고를 받자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이사 오는 사람들에게 어업권을 주는 등 마을 차원에서 학교 살리기 운동을 벌여왔다"며 "사고 전에 이사 온 사람들이 그나마 떠나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편 5일 태안읍 태안군문예회관에서는 '유류유출사고 한 돌, 다시 태어난 서해안' 행사가 한승수 국무총리와 이완구 충남도지사, 진태구 태안군수, 자원봉사자 등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만리포해수욕장에서는 '자원봉사자 찬양시비'도 제막됐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