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만원 “문근영 기부는 빨치산 선전용 심리전”

  • 입력 2008년 11월 17일 19시 47분


지만원·문근영 씨.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만원·문근영 씨.동아일보 자료사진
극우 인사로 알려진 군사평론가 지만원 씨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배우 문근영 씨의 기부 행위를 '좌파의 음모'로 음해하는 글을 올리고 일부 누리꾼이 이에 호응하는 악플을 달고 있다.

문근영 씨는 최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년간 8억5000만 원을 기부한 주인공으로 밝혀졌다. 순수한 기부행위조차 이념의 틀로 바라보는 지씨에 대한 비난 여론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지씨는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배우 문근영은 빨치산 슬하에서 자랐다' '문근영은 빨치산 선전용' '북한의 공작과 문근영 케이스' 라는 글을 올려 문씨의 가족사와 그의 기부 행적이 빨치산의 심리전이라고 비난했다.

지씨는 "문씨를 익명의 기부천사로 띄우고, 문씨가 빨치산의 손녀라는 것을 연결하여 빨치산은 뿔 달린 사람이 아니라 천사와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미지화하려는 심리전"이라는 것이다. 지씨는 '좌익 메뚜기떼' '김일성 교시' 등 원색적인 용어를 사용했다.

2005년 작고한 문 씨의 외할아버지 류낙진 씨는 한국전쟁 직후 지리산 일대에서 빨치산으로 활동하다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았고, 1971년에도 '통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원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무기수로 복역 중이던 1990년 전향서를 제출한 이후 19년 만에 가석방 된 장기수였다.

지씨는 이러한 점을 들어 "문근영 씨가 기부를 함으로써 '엄친딸(엄마친구 딸, 가장 이상형이라는 뜻)'의 전형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씨는 "문씨가 예쁘고, 연기도 잘하고, 마음씨가 아름답고, 출신(광주)도 좋고, 외할아버지가 통일운동가라 집안까지 좋은 이상형으로 만든 후에 이를 통해 빨치산에 대한 혐오감을 희석시키고, 호남에 대한 호의적 정서를 이끌어 내려는 다목적 심리전"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씨는 "요즘 이상한 배우들이 주연으로 출현하고 있는 드라마 영화가 신드롬을 만들고 있는 이유를 파악해 달라"며 부탁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칭하는 '이상한 배우들'이란 혜원 신윤복을 주제로 한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주연 문 씨와, 최근 개봉한 영화 '미인도'의 주연 김민선 씨를 말한다.

이어 "김홍도는 역사에 기록된 인물, 신윤복은 기록되지 못한 인물"이라고 구분하고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자를 띄워서 기존의 정통사관을 뒤집고, 사회 저항을 정당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최근의 신윤복 신드롬에 대해 설명했다.

지씨는 그 동안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해 "먹힐 만 하니까 먹혔다"라든가, "여성들이 군인들의 성적 위안물이 된 건 일본만이 아니며 집회에 나오는 위안부는 가짜"라는 발언 등으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이에 민주노동당은 17일 "배우 문근영 씨에 대한 비정상적인 인신공격을 제어할 사회적 중지가 모아지길 기대한다"며 악플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은 "한 사람의 공인을, 그것도 아직 나이 어린 배우에게 색깔론을 덧칠하는 것은 정상적인 사회현상이 아니다"라며 "기부천사가 광주 좌빨이 되기까지 하루도 안 걸렸다. 사회는 광속으로 돌아가고, 그 속도만큼 한사람의 인격은 피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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