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檢 또 충돌… 외환銀 재판 파행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檢 “시간 더 달라” 구형없이 퇴정

法 “심리 충분” 그대로 재판 진행

2년간 끌어온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1심 재판이 이례적으로 검찰의 구형 없이 심리를 마치는 파행을 겪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규진) 심리로 열린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등의 배임 혐의 재판에서 검찰은 “새로운 증거를 입증하기 위해 2, 3차례의 재판을 더 열어 달라”고 요구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새로운 혐의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지만 검찰이 아직까지 답이 없었고 6일에는 심리를 마치겠다고 통보했다”며 “22개월간 86차례에 거쳐 충분한 심리가 이뤄져 더는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검찰 측은 “핵심적인 증거 조사 없이 재판을 끝내려는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며 구형을 거부하고 법정을 박차고 나갔다.

검찰이 주장하는 새로운 증거는 크게 2가지. 첫 번째는 2003년 초 이 전 행장이 변 전 국장 등과 상의해 외환은행 주가를 고의로 낮춰 론스타에 헐값 매각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증거로, ‘외환은행 주가를 눌러라’라고 쓰인 당시 이 전 행장 비서실장의 메모와 외국계 캐피탈을 통해 주식을 저가 매도한 사실을 밝힐 금융감독원의 계좌 추적 결과다.

두 번째는 론스타가 자문사인 씨티그룹과 함께 해외 투자사를 통해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조장했다는 내용의 문건 등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 측이 퇴정한 뒤 구형 없이 피고인 최후진술을 듣는 등 그대로 재판을 진행했다.

최후진술에서 변 전 국장은 “지붕을 뜯고 과감하게 불을 끄지 않아 결국 숭례문을 잃게 됐다. 관료의 역할은 위기를 예방하고 조기 진압하는 것이며 지금도 외환은행 매각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2006년 외환은행 주가조작 혐의로 체포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에 대해 4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모두 기각하는 등 수사과정에서도 법원과 검찰은 여러 차례 충돌했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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