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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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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지역 인근 서너곳 골라 체크리스트 통해 선택을
전국 사립초등학교의 2009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예년보다 한 달 앞당겨진 11월 초에 시작된다. 서울·인천 지역 학교들이 가장 먼저 11월 3∼7일에 원서를 접수하고 10일에 공개 추첨을 한다. 나머지 지역은 지역별, 학교별로 모집 일정이 조금씩 다르다.
바뀐 초·중등 교육법에 따라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자는 2002년 3∼12월에 태어난 학생들이다. 그러나 1년 조기입학도 가능하다. 올해부터는 사립초교도 학교장의 승인을 받지 않고 동사무소에 신고만 하면 1년 일찍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게 됐다.
○ 사립초교, 어떻게 선택할까?
지난해 전국 사립초교의 입학 경쟁률은 평균 2대 1. 서울의 계성, 이대부속, 영훈, 화랑 등 전통적인 명문 사립초교의 경쟁률은 4 대 1을 훌쩍 넘었다. 반면, 일부 사립초교에서는 정원 미달 사례가 속출했다. 최근 신설되는 공립초교가 사립 못지않은 환경을 자랑하면서 사립도 경쟁력에 따라 양극화 현상이 심해진 것이다.
사립초등학교에 관심 있는 학부모라면 일단 거주지역에서 통학이 가능한 학교 서너 개를 염두에 두고 각 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해 특색을 살펴봐야 한다. 좀 더 찬찬히 살펴보려면 각 학교가 여는 학교 설명회에 참가해 보자. 수도권 학교는 10월 한 달 동안 설명회를 다 마쳤으므로 전화를 하고 개별 상담을 받아야 한다. 원서를 접수하면 추첨을 통해 입학 여부를 결정한다. 학교는 반드시 한 곳만 지원해야 한다. 복수의 학교에 합격했을 경우, 양쪽 모두 입학이 취소되고 공립초교로 배정받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립초교 가운데 한 곳만 추려내기 어렵다면 체크리스트(그래픽 참고)를 활용해 보자. 통학거리를 가장 우선해서 살피는 게 좋다. 사립초교는 대부분 스쿨버스를 운영하지만 통학시간이 너무 길 경우 6년 동안의 등하굣길이 아이에게는 고역이 된다.
집안의 경제적인 사정도 고려해봐야 한다. 사립초교는 3·6·9·12월 4회 분기별로 등록금을 내는데, 분기당 등록금이 50만 원에서 최대 150만 원에 이른다. 입학금은 서울 지역이 80만∼100만 원이고, 지방은 30만∼60만 원대다. 비싸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사립초교 학부모의 생각은 다르다. 영어·예체능 교육 등 정규수업과 특기적성 교육이 다양해서 오히려 사교육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사립초교는 1학년 때부터 정규 수업으로 영어를 배우는 경우가 많다. 1997년부터 영어몰입교육을 해온 영훈초교는 모든 학급에 한국인 담임교사와 원어민 부담임 교사가 함께 배치된다. 수학, 과학, 사회 등 주요 과목은 매 시간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가르친다. 요즘에는 이처럼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하는 학교들의 인기가 높다.
공립과 비슷한 월 3만∼6만 원 정도에 질적으로 훨씬 뛰어난 특기적성 교육을 받는 것도 강점이다. 개설 강좌 수가 보통 공립의 두 배 정도이고, 각 반의 인원이 적으며, 전문 강사가 직접 와서 학년별·수준별 수업을 해준다. 대부분 학교는 1인 1악기 교육을 실시한다. 교내 오케스트라로 유명한 홍대부속초교, 국악기를 가르치는 추계초교, 스케이트·수영·스키·태권도·롤러스케이트 등을 필수 체육과목으로 정한 리라초교 등이 예체능 교육으로 유명하다.
학교 환경·시설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계성초교는 강남지역 유일의 사립으로 4500평 규모의 넓은 터에 어학실습실, 인조 잔디로 된 운동장, 공연장 등 최신식 시설을 자랑한다. 화랑초교는 도심을 살짝 벗어난 숲 속에 위치한 자연친화적인 환경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사립초등학교는 전학이 드문 편이라 6년 동안 꾸준히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이런 인맥은 사회에 진출해서도 오랫동안 이어지는 편이다. 졸업한 선배들이 어떤 분야에 주로 진출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좋은 이유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종교 재단에서 세운 곳이 많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 이런 아이·학부모라면 사립초교를
사립이냐 공립이냐를 선택할 때는 아이의 자질과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 사립은 공립에 비해 교육과정이 다양하고, 배우는 내용에도 깊이가 있다. 이런 교육방식이 잘 맞는 아이라면 즐겁게 다닐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학교 가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딸을 올해 사립초교에 입학시킨 학부모 기덕경(37) 씨는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은 아이일수록 사립초교가 잘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기적성 교육 하나만 봐도 골프, 무용, 바이올린 연주 등 프로그램 수가 많아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기 때문이다. 기 씨의 딸은 특기적성 교육으로 선택한 마술에 푹 빠져 있다.
또래에 비해 지적 수준이나 정서발달이 앞서 있거나 늦은 아이도 사립초교가 잘 어울린다. 사립은 학년별로 3∼5학급 정도로 학생 수가 적어서 교사가 학생 하나하나에게 좀 더 세심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데다, 수준별 수업이 잘 운영되기 때문이다.
맞벌이 부부에게도 사립초교가 잘 맞다. 외동딸을 올해 사립초교에 보낸 직장인 조영란(42) 씨는 “공립초교에 보내면 급식당번이나 등하굣길 교통지도 등 엄마가 학교에 가서 협조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사립은 학교에서 다 해주니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 씨 주변에는 급식당번 순서가 돌아오면 대신할 아줌마를 돈 주고 구하는 직장인 엄마도 많다. 반면에 조 씨는 1년에 한 번 있는 운동회나 공개수업 때만 학교에 가고, 평소에는 아이의 일기장, e메일, 전화로 교사와 일대일 대화를 하고 있다. 조 씨는 “이런 이유 때문인지 아이 반에도 ‘직장맘’이 대부분이다”라며 만족해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사립초등학교 선택 체크리스트▼
1. 통학거리
-집에서 차로 30분 이내의 거리인가?
2. 경제적 부담
-분기당 수업료는 얼마인가?
-스쿨버스비, 급식비, 방과 후 수업비, 특기적성교육비는 얼마인가?
-입학금은 얼마인가?
3. 영어·특기적성·인성 교육
-‘영어 이멀전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가?
-예체능 등 특기적성 교육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인성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가?
4. 환경·시설
-학교 주변 환경은 아이에게 긍정적인가?
-강당, 체육관, 어학센터 등 학교 시설은 잘 갖춰져 있는가?
5. 면학 분위기
-학생들의 수업 태도와 인성은 어떠한가?
-교사의 질은 얼마나 우수한가?
6. 인맥
-졸업한 선배들은 주로 어느 분야에 진출했는가?
7. 설립 단체
-기독교, 천주교, 불교 등 특정 종교의 재단이 설립한 학교인가?
-대학 사범대 부설 학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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