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反인륜 범죄자 ‘마스크와 모자’ 벗겨야

  • 입력 2008년 10월 23일 02시 59분


경찰이 고시원에서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방화살인범 정상진을 언론에 공개하면서 모자와 마스크를 씌워 얼굴을 가렸다.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이라는 경찰청 훈령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2004년 출장 마사지 여인, 저항할 힘이 약한 노인 등 20명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유영철의 초상권도 같은 방법으로 보호했다.

인권 선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은 아동성폭행, 연쇄살인 같은 반(反)사회적 흉악범은 얼굴과 신원을 다 공개한다. 일본 경찰은 올 6월 도쿄 아키하바라에서 칼을 휘둘러 7명을 숨지게 한 청년의 얼굴을 공개했고, 2005년에는 7세 어린이를 유괴 살해한 피의자도 마스크 없이 카메라 앞에 세웠다. 반인륜 범죄자의 얼굴 공개는 그 자체로도 범죄 예방 효과가 높고 추가 범행을 목격자의 제보를 통해 밝혀낼 수도 있다.

우리 법조계에서도 반인륜 중범죄자의 초상권보다 범죄로부터 사회를 방어하기 위한 공익(公益)이 우선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쏠린 주요 사건의 피의자를 소환할 때 포토라인을 통과하도록 하고, 구속영장 집행 때도 자연스럽게 얼굴을 노출시킨다. 검찰에 조사받으러 나온 재벌그룹 회장이나 변양균, 신정아 씨의 모습은 언론에 공개됐는데 극악무도한 반인륜 범죄자들의 얼굴을 보호해 주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아동과 청소년 상대 성범죄자의 얼굴과 주소를 인터넷을 통해 열람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습적인 범죄자들로부터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다. 경찰청 훈령대로라면 살인 강도 같은 강력범죄자의 신원을 공개하고 현상 수배하는 것도 초상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가. 정상진은 범행 현장에서 붙잡힌 현행범이다. 경찰은 잘못된 훈령을 즉각 바로잡고, 검찰은 정상진을 송치 받을 때 얼굴을 공개하기 바란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