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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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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 문제를 풀 때는 지문과 문제에 대한 접근을 계속 바꿔가며 여러 번 풀도록 한다. 반복학습은 지루한 작업이지만 자신이 놓치고 그냥 지나갔거나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공부할 수 있으므로 풀 때마다 현재의 실력을 점검한다는 자세로 임하도록 하자.
첫 시험에서 언어이해 문제의 지문은 원고지 10장 정도였다. 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분량은 아니지만 비슷한 분량의 자료를 많이 읽어보며 시간을 맞추는 연습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3000지문가량은 미리 연습해 보아야 실전에서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단순히 빨리 읽기에만 얽매여서는 안 된다. 지문의 구조를 살피고 본문 내용이 전달하고자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주어진 정보들은 서로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보며 읽어야 한다. 또한 필자의 의도를 유추하고 본문 내용을 문제에 적용하는 것까지 총체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언어이해에 출제되는 문제는 지문을 읽고 문제에 대한 답을 찾는 단순한 형태가 아니다. 먼저 지문을 꼼꼼하게 읽고 지문 속 상황을 고려해 주된 관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또 상황에 따라 이 관점이 어떻게 변화해 가는지, 지문 속에 드러나는 여러 관점 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인지 연결지어 생각해 봐야 한다. ‘감(感)’만으로 어설프게 문제에 접근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지문뿐만 아니라 문제를 해석하는 데도 체계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을 꿰뚫는 것은 배경 지식이다. 부족한 시간을 쪼개서라도 시험을 치를 때까지 독서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배경 지식을 쌓아야 한다.
1회 시험에 출제된 언어이해 문제를 통해 2회 시험을 대비해보자.
※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오늘날 우리는 법적인 문제에 있어서 사람들 사이에 합의가 있으면 당사자가 합의의 내용에 구속될 뿐 아니라 합의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당연히 소송을 통해 그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합의에 관한 이러한 이해는 비교적 최근에야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로마의 법률가들이나 중세 영국의 판사들은 단순히 합의가 있었다고 해서 당사자가 합의의 내용에 구속된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뿐 아니라 합의가 지켜지지 않으면 곧 소송을 통해서 그 이행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도 그들에게는 매우 낯선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보기에 합의의 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구제하는 것과 합의의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확연히 구분되는 일이었으며 소송은 기본적으로 전자를 위한 수단이었지 후자를 위한 수단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로마의 법률가들은 만일 당사자가 어떤 노예를 해방하기로 하고 돈을 받아 놓고도 그 노예를 해방하지 않고 있다면 받은 돈을 되돌려 주도록 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굳이 그 노예를 해방하도록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그들은 합의는 준수되어야 한다는 선험적인 전제로부터 출발하여 사태를 해결하려 했던 것이 아니라 단지 구체적인 분쟁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결책은 무엇인가라고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물음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합의의 구속력에 대한 이 같은 인식에 변화가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있을 수 있다. 우선 합의를 하고 그것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소송을 통해 구제될 필요가 있는 손해의 발생 가능성이 현저하게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경제사 학자들의 연구 성과에 따르면 16세기 중반까지 대체로 안정적이었던 영국의 물가가 16세기 후반 갑자기 상승 국면으로 바뀌었는데 이러한 경제 지표의 변화 시점은 영국의 판사들이 소송을 통한 합의의 이행 강제도 가능하다고 입장을 바꾼 시점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도 매도인이 그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계약을 체결한 시점과 이행할 시점 사이에 목적물의 가격이 변하지 않았다면 매수인은 같은 가격에 다른 사람과 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가격이 상승했다면 비싼 가격에 계약을 다시 체결해야 하므로 가격 차이는 고스란히 손해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경제 여건의 변화가 소송 제도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해석한다.
그러나 경제 여건의 변화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형식의 옷을 입지 않은 합의만으로는 소권(訴權)이 생기지 않는다’는 로마법 이래의 원칙을 파기하려면 법리적 정당화가 수반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세의 세속법 학자들은 그러한 정당화가 불가능하다고 여겼다. 다수의 영국 판사들이 소송을 통한 합의의 이행 강제에 반대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이었다. 그들의 이러한 형식법적 사고방식을 과감히 뛰어넘는 데 필요한 힘은 교회로부터 나왔다.
중세의 교회법은 자연법적 색채가 강했으며 교회의 윤리 신학자들은 오직 해야 할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 그 자체를 양심의 법정에서 실질적으로 판단하고자 했다. 이러한 실질법적 사고방식은 이미 13세기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의 훈령 속에 ㉡‘합의는 어떠한 형식의 것이든 준수되어야 한다’는 조항으로 규정되었고 결국 16세기 후반 영국 세속법의 변화에도 법리적인 정당화를 제공해 주었다.
이후 합의의 형식적 측면보다는 실질적 측면이 더 강조되었다. 즉 합의는 내용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 당사자를 구속하며 그 이행은 강제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6세기 후반 우여곡절 끝에 영국 법원의 공식적 입장이 전환되기는 했지만 판사들 간의 논란은 종식되지 않았다. 과거의 전통을 지지하는 판사들은 여전히 형식의 옷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합의의 구속력이 논란의 여지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까지는 20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경제적 여건의 변화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16세기 후반 이후 약 200년간 물가 상승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서 합의의 이행을 강제하는 법 제도가 점차 당연하고도 정의로운 것으로 여겨지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는 19세기의 법률가들이 인간 중심적인 근대 철학에 기초하여 합의의 구속력의 근거를 새로운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19세기의 법률가들은 합의의 구속적 성격이 인간의 자율성에서 도출된다고 보았다. 인간은 자율적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 합의한 바에 구속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 문제 5
위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로마 시대의 법률가들은 원칙에 따른 일관성보다는 현실적인 고려를 중시하였다.
② 중세 영국의 판사들은 기본적으로 소송을 손해의 구제 수단으로 여겼다.
③ 16세기 후반의 영국 판사들은 소송을 통한 합의의 이행 강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④ 중세의 윤리 신학자들은 윤리적인 관점에서 합의 준수 의무를 인정하였다.
⑤ 19세기의 법률가들은 근대 철학이 합의의 구속력을 설명하는 논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고 보았다.
정답 ③
○ 풀이
제시된 지문과의 일치 여부를 묻는 단순한 형태의 질문이지만 세부적인 사항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16세기 후반 영국에서는 소송을 통한 합의의 이행 강제를 공식적 방침으로 받아들였으나 판사들 간에 논란이 종식되지 않았다고 본문에 제시되어 있다. 그러므로 답은 ③번이다. ④는 4문단의 신학자들의 태도와 교황의 훈령에 나타난다.
○ 문제 6
위 글의 문맥에 따를 때 ㉠, ㉡으로부터 추론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은 합의의 내용에 따라 그것의 구속력 여부가 결정됨을 뜻한다.
② ㉠은 합의의 불이행만으로는 소권이 부여되기에 충분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③ ㉡은 19세기에도 통용된 법 원칙이다.
④ ㉡은 합의의 형식에 따라 그것의 구속력 여부가 결정되지는 않음을 의미한다.
⑤ ㉠과 ㉡은 합의의 구속력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정답 ①
○ 풀이
본문을 토대로 정답을 고르는 추론형 문제이다. ㉠은 합의의 내용만으로 소권이 생기지 않음을, ㉡은 합의가 (내용만으로) 준수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은 로마의 법률가들과 중세 영국의 판사들의 의견과 일치한다. 도식적으로 그들은 합의 당사자가 내용에 구속된다고 보지 않았다. 그러므로 ①의 진술은 적절하지 않다.
○ 문제 7
위 글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제도 변화의 원인을 경제적 변인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② 중심 개념에 대한 이해의 변화를 역사적 측면에서 기술하고 있다.
③ 중심 개념의 분석을 통해 그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④ 중심 개념에 대한 오늘날의 통념적인 이해가 타당하지 않음을 논증하고 있다.
⑤ 과거의 사례에서 전범(典範)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답 ②
○ 풀이
이 글은 ‘합의의 구속력’에 대한 역사적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답이 ②번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이 글은 제도 변화라기보다 개념의 변화이기 때문에 경제 중심으로 제도의 변화를 설명했다고 보는 ①번은 답이 될 수 없다.
이산영 PLS 언어이해·논술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