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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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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날 “최 씨가 1일 밤 매니저 등과 술을 마시고 0시경 귀가한 뒤 오전 6시경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며 “압박붕대를 이용해 자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는 매니저 박모(28) 씨와 함께 귀가하면서 계속 “죽고 싶다”고 말했으며 집에 온 뒤 어머니 정모(61) 씨에게 “세상 사람들에게 섭섭하다. 사채는 나와 상관도 없는데 왜 이러느냐”고 울면서 하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어머니 정 씨는 2일 오전 4시경 잠에서 깨 최 씨가 잠자리에 없고 화장실의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한 뒤 열쇠수리공을 불러 오전 6시경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최 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유족은 경찰 조사에서 “최 씨가 4년 전 이혼한 뒤 우울증을 앓아왔으며 최근 들어 고 안재환 씨의 죽음과 관련된 악성 루머 때문에 평소 복용하던 신경안정제의 양도 늘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날 최 씨의 시신을 부검한 뒤 사인은 질식사라고 밝혔다. 경찰은 최 씨의 휴대전화 통신 기록과 계좌 거래 명세 등을 확보해 살펴보고 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악플이 진실을 죽였다”
누리꾼 자성론속 ‘선플’달기 운동… 주요 포털 댓글 차단
“무차별 괴담-인격테러 뿌리 뽑아야”
정부 ‘사이버 모욕죄’ 신설 본격논의▼
최진실 씨가 인터넷 공간에서 무차별 확산된 악성 괴담과 수많은 악성 댓글(악플)을 견디지 못해 생을 스스로 마감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인터넷상의 루머 유포와 ‘사이버 테러’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누리꾼은 최 씨와 관련된 근거 없는 괴담을 퍼뜨리면서 “진실이 니 이름이 진실이면 내 이름은 거짓이야” 등의 악플로 최 씨를 괴롭혔고, 2일 사망 소식이 알려진 뒤에도 “하늘나라에선 사채놀이 하지 마세요”라는 글을 올려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결국 이날 국내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최 씨 관련 기사의 댓글을 차단했다.
이처럼 유명 연예인들이 인터넷 괴담에 희생된 것은 최 씨가 처음이 아니다. 고 안재환 씨의 부인이자 방송인인 정선희 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가 한창이던 5월 라디오 방송에서 한 발언이 문제가 돼 일부 누리꾼의 표적이 되면서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일부 누리꾼은 남편 안 씨의 사업체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까지 벌였고 사업상 타격을 입은 안 씨는 자금난에 빠졌다. 이는 안 씨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데 한 원인이 됐다.
지난해 1월 가수 유니 씨도 ‘성형미인’, ‘인조인간’ 등의 악플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을 택했다. 그는 “또 벗냐? 돈 떨어졌나 보네”, “하도 성형을 많이 해서 마이클 잭슨 같다”는 등의 악플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뒤 탤런트 정다빈 씨도 공백 기간에 성형수술을 했다는 괴담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정 씨는 특히 모친이 암 투병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일부 누리꾼이 “너 성형수술 했다는 말 잠재우려고 엄마까지 동원하냐”며 공격해오자 자살 직전 지인들에게 “도저히 참기 힘들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4월 말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결정을 발표했을 때도 “라면 수프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등의 근거 없는 발언들이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면서 대규모 시위를 촉발하기도 했다.
최 씨 죽음을 계기로 누리꾼 사이에서 악플 문화를 반성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악플러들이 고인을 죽음으로 몰았다”며 최 씨에 대한 악성 루머를 퍼뜨린 당사자를 성토했다.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대표 민병철 중앙대 교수)는 다음 달 7일을 ‘선플(칭찬성 댓글)의 날’로 선언하고 악플 대신 ‘선플’ 달기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이겠다고 2일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도 최근 인터넷상 허위 사실 유포행위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과 경찰,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사이버 모욕죄’ 신설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신광영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