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범 로또 1등 19억 ‘대박’…2년만에 탕진후 다시 절도

  • 입력 2008년 9월 30일 02시 58분


수배중 당첨… 유흥비-도박 등으로 모두 날려

사기죄 복역후 도벽 발동… ‘전과 23범’ 신세로

수배 중 19억 원짜리 로또복권에 당첨됐으나 씀씀이가 헤퍼 2년 만에 돈을 모두 날린 뒤 절도 행각을 일삼던 20대가 다시 경찰에 검거됐다.

경남 진해경찰서는 29일 금은방에서 귀금속을 훔친 혐의(특수절도) 등으로 A(29·무직) 씨를 구속하고 공범인 B(27) 씨를 입건했다.

A 씨는 지난해 4월 B 씨와 거제시 신현읍 C(36) 씨의 금은방에 들어가 물건을 사는 척하며 150만 원어치의 목걸이 2개를 훔치는 등 최근 1년 반 동안 16차례에 걸쳐 500만 원어치의 금품과 담배 등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의 범행은 6월 하순 공범 B 씨가 먼저 잡히면서 드러났다. 공범 검거 이후 수배를 받아 오던 A 씨는 24일 오후 진주 시내에서 불심검문에 걸렸다.

어릴 때부터 절도 등으로 소년원을 들락거린 A 씨가 로또복권에 당첨된 것은 2005년 7월. 넉 달 전인 그해 3월 마산 시내 한 PC방에서 종업원을 폭행하고 20만 원을 뺏은 혐의로 수배된 상태였다. 당첨금 19억 원에서 세금을 빼고 받은 돈은 14억 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첨금으로 고급 승용차를 구입하고 형에게 PC방을 매입해 주기도 했다. 자신도 호프집을 경영하는 등 사업에 손을 댔으나 재미를 못 봤다. 아버지에게 개인택시와 집을 사 주는 데 5억 원을 쓰는 등 자신과 가족의 사업 등에 7억 원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교도소에서 만났던 친구 서너 명에게도 한 사람에 1000만 원 이상씩을 줬고 경기, 서울 등지를 오가며 도박과 유흥비로 4억 원가량을 썼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 씨는 로또 당첨 8개월 만이던 2006년 3월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그러나 거액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700만 원의 벌금을 내고 2개월 만에 풀려났다.

자유의 몸이 된 그는 남은 돈을 유흥비 등에 모두 탕진했다. ‘로또 1등의 추억’을 재현하기 위해 여러 차례 복권을 구입했지만 행운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사기죄로 1년 가까이 복역하고 4월 출소한 그는 도벽이 발동해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졌다.

진해경찰서에 따르면 A 씨는 혼자 또는 B 씨와 함께 5월부터 최근까지 부산과 대구, 경남 통영과 진해, 마산 등지에서 절도를 하거나 남을 속여 가로채는 수법으로 16차례에 걸쳐 5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챙겼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가족과 친구, 평소 알고 지낸 사람 등을 위해 돈을 많이 쓰고 자신도 직접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는 재산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당첨금은 개인 돈이므로 범죄와 관련이 없으면 사용처는 일일이 조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로또 1등 당첨이라는 ‘대박의 꿈’을 이룬 A 씨는 도벽과 무계획적인 생활을 극복하지 못하고 또다시 수감되면서 전과 23범을 기록하게 됐다. 그는 “앞으로는 올바르게 살라”는 조사 경찰관의 훈계에 “그러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진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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