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자원 ‘빚내 빚갚기’ 미스터리

  • 입력 2008년 9월 23일 02시 54분


466억 1차 대출금, 650억 빌려 갚고

2차 대출금, 980억 3차 대출로 상환

경찰 수사중에 1200억 4차 대출 시도

盧 전 대통령 후원 인사 대출과정 개입여부 조사

2004년 7월 폐기물 처리 업체인 부산자원은 한국토지공사와 수의계약을 해 부산 녹산산업단지 내 터 20만4581m²를 239억 원에 확보했다.

이 회사 대표 박모 씨는 토지 매입 및 공사 대금을 확보하기 위해 저축은행 2곳에서 466억 원을 대출 받았다. 부산자원은 개인대출 한도 규제(1인당 80억 원)를 피하기 위해 땅을 담보로 김모 씨 등 8명의 명의로 나눠 빌렸다.

금융감독원이 이듬해 7월 이 같은 사실을 적발한 뒤 대출금 회수 명령을 내렸다. 다급해진 부산자원은 원금 상환을 위해 한국산업은행에서 650억 원을 또다시 빌렸다.

이번에는 저축은행과 공모해 대출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부산자원은 두 번째 대출금을 갚기 위해 한국교직원공제회와 사립학교연금관리공단, 환경관리공단에서 다시 980억 원을 빌렸다.

최초의 토지 매입 대금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2차례나 추가 대출이 이뤄졌고, 이렇게 빌린 돈으로 대출금을 갚는 방식이 되풀이되면서 빚만 눈 덩이처럼 불어난 것.

부산자원은 경찰 수사를 받던 중에도 한 국내은행과 외국회사의 펀드를 통해 1200억 원을 대출 받으려 시도했다.

박 씨가 2, 3차 대출을 받은 이후 앞서 빌린 돈을 갚고 남은 돈 100억∼200억 원을 1, 2개월 만에 모두 인출한 사실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대출금의 용처를 확인하기 위해 회계자료 분석과 계좌 추적에 힘을 쏟고 있다.

더구나 박 씨는 법인으로 등록된 회사를 제쳐두고 미등록된 ‘부산자원’ 명의로 대출을 받았다. 대출금을 빼돌려 사용했더라도 ‘회사 돈’이 아니어서 횡령 혐의로 형사 처벌하기 어렵게 만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달 초 박 씨의 개인 사무실 등 모두 20여 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우병우)는 유수의 금융기관이 사업계획만 믿고 토지 매입 가격의 2∼4배에 이르는 돈을 부산자원에 빌려준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잠정 결론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박 씨 역시 금융기관 대출에 대한 배임공범 혐의로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박 씨는 ‘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형사 처벌됐다. 양복재단사 출신으로 알려진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모 인사가 운영하는 업체로부터 하청을 받아 군납 물품을 생산한 적이 있다고 한다.

검찰은 이 인사 등 옛 여권 인사가 대출 과정에 관여했는지를 조사 중이며 곧 박 씨를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박 씨는 2005년부터 검찰과 경찰에서 3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거나 기소된 뒤 무죄를 선고받았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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