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서 만난 무직-전과자, 염산폭력 조직 ‘열혈국민’ 결성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7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경찰에게 염산과 돌을 던진 조직이 28일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9일 집회가 열린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주차장에서 염산병을 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사진 제공 남대문경찰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집회에서 경찰에게 염산과 돌을 던진 조직이 28일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은 9일 집회가 열린 서울 중구 명동 가톨릭회관 주차장에서 염산병을 들고 있는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사진 제공 남대문경찰서
집회때 돈 걷어 염산 등 시위용품 구입

“잡히면 보수 프락치라 주장하자” 입맞춰

경찰 “정책 반대 아닌 사회 불만” … 3명 구속 3명 영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서 경찰에 염산과 돌을 던지고 새총을 쏜 시위참가자들이 ‘열혈국민’이란 별도의 조직을 결성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28일 열혈국민 회장 김모(41·무직) 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또 다른 김모(45·무직) 씨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9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에서 열린 집회에서 경찰을 향해 염산이 담긴 소형 드링크제 병과 돌을 던지고 새총을 쏘는 등 폭력 시위를 벌인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다.

▽염산병 제조 투척=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무직자이거나 일용직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집회에 참가하면서 서로 얼굴을 익혔고 6월 중순경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하기 위해 열혈국민을 구성했다.

이들은 9일 농도 35%의 염산 18L를 중구 을지로의 한 화공약품 판매점에서 구입해 이를 드링크제 병에 나눠 부어 염산병 20개를 만들었다. 이 가운데 10개를 그날 명동 가톨릭회관 주변에서 열린 시위 도중 경찰에 던진 혐의를 받고 있다. 열혈국민은 또 시위에서 폭죽을 발사하고 새총으로 쇠구슬을 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에 검거된 뒤 “염산인 건 알고 있었지만 던지지는 않았다”, “염산병인 것을 모르고 던졌다”는 식으로 혐의 사실을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수단체 사주” 사칭하기로=열혈국민 구성원들은 검거됐을 경우에도 철저히 대비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경찰에 붙잡히면 ‘한나라당이나 뉴라이트 쪽에서 우리에게 돈을 주며 폭력시위를 조장해 달라고 했다’고 진술하자”고 입을 맞춘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게 진술하면 사건이 이슈화되고 진보단체에서 자신들을 도와줄 것으로 생각했다는 것.

이들은 회장, 고문, 참모, 대변인 등으로 직책을 정하고, 경찰의 검거망을 피하기 위해 ‘개념 없는 놈’, ‘신월동 헬멧’, ‘부산 사람’ 등의 별명으로 서로를 불렀다.

집회 현장에서는 시위 참가자들에게 거짓 장부를 보여 주며 “우리 팀이 인원도 많고 강경파인데 돈이 없으니 활동비를 도와 달라”는 방법으로 돈을 모아 장갑, 마스크, 염산, 폭죽, 새총 등 시위 용품을 구입하고 밥값을 해결했다.

▽사회 불만 표출 위해 폭력 행사=현재 경찰은 열혈국민 구성원들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 위해 폭력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대부분은 공갈, 사기, 폭력 등의 범죄 전력이 있고 직업도 일정하지 않거나 아예 없는 사람”이라며 “정부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염산병을 던진 날 화염병도 3개 만들었다”는 진술을 받아냈고, 이들이 이용한 승용차에서 식칼, 망치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또 학생운동과 사회주의 사상에 관한 설명, 거리 집회에서의 유인물 배포 방법 등이 담겨 있는 ‘활동가를 위한 교육지침서’란 책도 발견됐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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