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통장이 PD ‘뒷돈 계좌’로

  • 입력 2008년 8월 20일 02시 59분


SBS 국장급, 작가 계좌로 팬텀주식 받은 혐의

여동생 계좌이용 PD도… 檢, 어제 3명 소환조사

연예 기획사의 방송사 PD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문무일)가 기획사에서 주식과 현금을 받은 지상파 방송사의 현직 PD들을 소환 조사하면서 PD들의 로비 자금 관리 실태와 용처가 드러나고 있다.

19일 검찰 등에 따르면 방송사 PD 여러 명이 강원 정선군의 강원랜드와 마카오의 카지노에 매년 수십 차례씩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PD들의 출입국 기록, 국제선 항공기 탑승 기록, 최근 압수 수색으로 확보한 강원랜드의 출입 기록을 분석해 이 같은 정황을 검찰이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PD들이 연예기획사에서 받은 돈 가운데 도박 자금으로 쓴 돈의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이에 앞서 검찰은 2005년까지 KBS PD로 재직하며 ‘윤도현의 러브레터’ ‘비타민’ 등 인기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이모(수감 중) 씨가 2003년부터 강원랜드를 수백 회 드나들며 도박 자금으로 17억 원을 탕진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씨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속 연예인의 출연 대가로 연예기획사에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송사 PD들의 씀씀이가 매우 헤펐던 것 같다”면서 놀라워했다.

PD들은 기획사에서 받은 현금 등을 주로 친인척과 작가 명의의 계좌에 입금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빼내 썼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2002년 방송사 PD들에 대한 검찰 수사로 방송사 PD 및 간부 7명이 구속 기소된 것을 계기로 PD들이 차명계좌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본다.

실제 SBS의 국장급 PD 배모 씨는 방송작가의 차명계좌를 통해 연예기획사 팬텀엔터테인먼트의 주식 수만 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배 씨에게 계좌를 빌려준 유명 방송작가를 소환해 계좌를 빌려준 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이 작가는 시중은행의 방송사 지점에서 돈을 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KBS의 PD 김모 씨가 여동생 명의 계좌를 활용하는 등 친인척 명의 계좌가 로비 자금을 관리하는 데 쓰였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가 확보한 2005년 당시 팬텀엔터테인먼트의 주주 명단에는 배 씨와 김 씨의 이름이 없었다. 당시 주주 명단에는 방송사 PD뿐만 아니라 주부, 연예기획사 매니저 등 연예기획사의 로비 대상자로 보기 힘든 명단이 상당수 포함됐는데 이들 가운데 PD들에게 차명으로 계좌를 빌려준 사례가 확인된 셈이다.

한편 검찰은 배 씨와 MBC PD 고모 씨, KBS의 또 다른 PD 김모 씨 등을 이날 소환 조사한 뒤 돌려보냈다.

검찰은 18일 출석을 거부했던 KBS의 국장급 PD 박모 씨에게 다시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소환을 계속 거부하는 PD와 연락이 끊긴 일부 연예기획사 대표를 강제 구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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