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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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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확 띄는게 없는 서울”
“날마다 새롭고 바쁘고 복잡한 천국
인상적인 랜드마크 건물 있었으면”
“복잡한 천국이죠.” “하루하루가 또 다른 곳이에요.” “빠른 리듬의 도시인 것 같아요.”
서울시는 정부기관으로는 처음으로 7월 7일부터 한 달간 외국인 유학생 10명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6일로 인턴십을 마무리한다.
지난달 1일 몽골, 말레이시아 등에서 서울로 온 외국인 유학생 서울시 인턴 7명과 만나 ‘인턴생활’과 ‘서울’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서울시에서의 인턴 생활 한 달
“오세훈 시장이 카자흐스탄 순방을 가게 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했죠. 카자흐스탄 관계자들과 전화를 많이 했는데 그쪽에서 한국인치고는 러시아어 정말 잘한다고 해서 당황했죠.”(엘레나·카자흐스탄·23·여)
한 달간의 인턴 생활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들은 부서도 업무도 다 달랐지만 서울을 더 잘 알게 된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부하고 게임만 할 뿐 잘 돌아다니지 않아 서울을 바쁘고 복잡한 도시라고만 생각했어요. 근데 알고 보니 저 같은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도 많더군요.”(아스미잘·말레이시아·23)
공무원 세계를 경험한 것도 남다른 수확이었다.
“공무원이 왜 그렇게 인기가 있을까 했는데 주 5일 근무에 안정적인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공무원이 되면 시집도 잘 간다고 그러던데요? 몽골에서도 공무원 인기가 서서히 올라가고 있어요.”(바트톡토·몽골·27·여)
담몽신(중국·25·여) 씨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에어컨을 약하게 틀고 아침마다 에너지 절약 방송을 하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인턴이 전공과 관계된 부서로 배치되면 더 능률적일 것이라며 다음 인턴십 프로그램 때 이를 참고해 달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 서울의 매력을 더 잘 알려야
서울 시정에 참여한 인턴들답게 이들은 서울시 정책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아스미잘 씨는 서울시의 ‘디자인 서울’ 정책과 관련해 “서울에는 눈에 띄는 건물이 없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에는 삼성이 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쌍둥이 빌딩 페트로나스 타워가 있다. 많은 관광객이 그 건물을 보러 온다. 서울도 디자인이 뛰어난 멋진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다면 그것 때문에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강사업본부에서 일한 바트톡토 씨는 “영화 ‘괴물’을 보고 한강을 알게 됐는데 한강에 가면 괴물이 나온다고 농담만 했지 훌륭한 쉼터인 줄은 잘 몰랐다”며 “이처럼 매력 있는 곳들을 세계에 잘 알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서울 사람들에게 바라는 점도 조심스레 털어놓았다.
파라과이 교포인 박예리(21·여) 씨는 “예전에 비해 많이 글로벌화 되긴 했지만 여전히 외국인을 ‘언젠가 떠날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며 “외국인들이 서울에 남고 싶어 하고, 서울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좀 더 열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김철중(연세대 경영학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