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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8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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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뇌물죄, 액수따라 5개 유형 검토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석수)는 지난해 4월 출범한 지 1년 3개월 만에 사법부 사상 첫 양형기준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고 시간은 부족하다.
특히 시간표 같이 생긴 양형기준 틀을 좀 더 촘촘하게 나눠서 판사의 양형 재량을 더 제한할 수 있는지를 놓고 앞으로도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보는 내년 4월 양형기준 최종 발표를 앞두고 양형위원회가 연구할 쟁점들을 전망해 본다. 아래는 가상 일문일답.
Q. 살인죄를 예로 든 양형기준 모델을 보면 살인죄 유형이 3가지로 구분돼 있는데 다른 범죄도 유형을 3가지로 나누나.
A. 그렇지 않습니다. 살인죄 유형을 3가지로 나눈 것도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살인죄는 범행 동기를 기준으로 범죄 유형을 구분했지만 뇌물죄는 액수가 가장 중요한 양형인자이기 때문에 뇌물 액수에 따라 5가지 범죄유형을 나눈 기준을 연구 중입니다. 횡령죄도 손해액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배임죄는 삼성에버랜드 사건처럼 비상장 주식의 적정 가격이 관련된 경우가 있어 살인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양형기준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Q. 양형인자에 점수를 매기거나 등급을 부여해서 더 기계적인 안을 만들 수는 없었나.
A. 판사의 양형 재량을 최대한 제한하기 위해 모눈종이 같은 촘촘한 틀을 만들고 양형인자들을 점수·등급화해서 더하고 빼는 과정을 거쳐 양형을 결정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Q. 그렇다면 판사의 재량은 여전히 폭넓게 유지되는 것 아닌가.
A. 그 때문에 양형위원회는 양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양형인자)들을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추상적인 단서를 달았지만 그 방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양형위원들 사이에서는 현재의 양형기준 기초안은 양형기준을 만들지 않은 것과 같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살인죄를 예로 들면 형량범위를 1년 안팎으로 더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현재 3가지로 나눈 범죄 유형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Q. 시민들은 실형과 집행유예의 구분 기준도 궁금해한다.
A. 깊은 연구가 필요하고 여러 방식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를 예로 들 경우 ‘전과 3범 이상의 상습범’, 뇌물죄를 예로 들 경우 ‘뇌물을 받은 뒤 실제로 부정행위를 한 경우(수뢰 후 부정처사)’ 등에 집행유예를 불허한다는 식으로 서술형의 단서를 붙이는 방식(조건부가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범죄유형을 세분화하고 형량범위를 더 좁혀서 특정구간은 집행유예가 불가능하도록 지정하는 방식이 더 간편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경합범(두 개 이상의 범죄로 기소된 피고인), 미수범에 대한 기준도 마련해야 합니다.
Q. 모든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내년 4월 한꺼번에 발표하나.
A. 살인, 성범죄, 강도, 뇌물, 위증, 무고, 횡령, 배임 등 8개 범죄에 대해 우선 양형기준을 만듭니다.
Q. 양형기준이 최종 발표될 때까지 일반 국민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는 없나.
A. 양형위원회가 개최하는 공청회를 통해 양형위원회 활동 과정을 점검하고 양형기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10월 말경 첫 공청회가 열릴 것 같습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