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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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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사이트에 제3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이 게시돼 있고 이 글의 조회 수가 많거나 댓글이 많이 달리는 등 피해 확산이 충분히 예상된다면 피해자의 요청이 있기 전이라도 포털사이트 측이 해당 게시물을 삭제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조용구)는 A 씨가 “나에 관한 악성 댓글 등을 방치해 명예가 훼손되고 사생활이 침해되는 피해를 봤다”며 포털사이트 운영회사 다음커뮤니케이션과 NHN, SK커뮤니케이션즈, 야후코리아 등 4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A 씨에게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5월 1심 판결 때보다 4개 포털사이트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더 무겁게 물어 배상액을 1심 때의 1600만 원보다 많은 3000만 원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A 씨와 관련된 게시물들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해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에 오르고 엄청나게 많은 댓글이 달린 데다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며 “이런 사정을 종합해 볼 때 포털사이트 측은 피해가 확산될 것을 예견해 피해를 막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A 씨의 요청이 없더라도 해당 게시물의 존재를 안 이상 이를 삭제하거나 검색을 차단할 의무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포털사이트 측은 검색 서비스 등으로 해당 게시물의 위치를 쉽게 알 수 있게 해 A 씨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내용이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유포되도록 방치했다”며 “이는 해당 게시물 작성자의 불법행위를 방조한 것이므로 포털사이트 측은 게시물 작성자와 공동 불법행위자로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A 씨는 사귀던 여자친구가 자살한 것과 관련해 2005년 5월경부터 여러 포털사이트에 자신과 관련된 글과 언론 기사가 게재됐고 이후 하루에 수천 건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A 씨는 자신의 나이와 휴대전화 번호, 얼굴 사진뿐 아니라 자신이 어느 대학을 나와 어느 회사에 근무 중이라는 것까지 인터넷에 공개되자 관련 게시물을 방치한 포털사이트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