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어림없다” 시위대 의견 갈려

  • 입력 2008년 6월 23일 02시 58분


“전면 재협상하라” 22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면 재협상하라” 22일 오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벌이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짓촛불 내려놔라”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재향군인회 등 보수성향 단체가 중심인 ‘거짓촛불반대 애국시민대연합’이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홍진환 기자
“거짓촛불 내려놔라” 뉴라이트전국연합과 재향군인회 등 보수성향 단체가 중심인 ‘거짓촛불반대 애국시민대연합’이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촛불 반대집회’를 열고 있다. 홍진환 기자
■ 주말 48시간 촛불시위

인터넷서도 정부 불신론 vs 시위 자제론 엇갈려

1만여명 참석 토요 집회 “끝장보자” 격렬 몸싸움

21일 오후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가 발표됐지만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주말과 휴일 계속됐다.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국민대책회의)’ 주최로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48시간 국민행동’의 참가자들은 경찰과의 격렬한 몸싸움도 피하지 않았다.

48시간 릴레이 집회가 끝난 22일 오후 7시부터 국민대책회의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갔다.

하지만 시민 2500명(경찰 추산)이 모여 1만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했던 전날 집회보다 열기가 한풀 꺾였다.


▲ 영상취재 :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 48시간 집회 마무리, “재협상까지 촛불”

22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추가협상 기만이다’ ‘장관고시 어림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는 즉각 추가협상이 아닌 재협상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국민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20일까지 국민 명령(전면 재협상)에 따를 것을 최후 통첩했는데 정부가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 촛불집회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집회에 참가한 주부 백경숙(45) 씨는 “미국 내 도축 과정을 감시하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이 정도면 국민이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인 것 같은데 어림없다”며 “모든 위험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계속 집회에 나오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오후 8시 50분경 거리행진에 나서 서울광장∼명동∼종로2가∼종각∼세종로를 거쳐 다시 서울광장으로 돌아와 오후 10시경 해산했다.

행진 도중 시위대는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서 10여 분 동안 별도의 집회를 열었다.

국민대책회의 장대현 홍보팀장은 “정부가 장관고시를 강행하면 대규모 촛불집회를 다시 열 것”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계속하는 동시에 정부에 추가협상 결과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 “끝까지 가보자” 행동수위 높아져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집회에는 ‘100만 촛불대행진’이 열린 10일 이후 최대 인원인 경찰 추산 1만 명, 주최 측 추산 6만 명이 참가해 정부의 추가협상을 강하게 성토했다.

촛불집회가 장기화되면서 점차 참가자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 듯 21일 밤과 22일 새벽 세종로 일대에서 열린 집회는 강경한 분위기가 지배했다.

일부 시위대 사이에서는 “연행도 두렵지 않다” “오늘이 아니면 할 수 없다”라는 말이 터져 나왔다. “비폭력을 지키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끝까지 가보자”는 목소리에 묻혔다. 21일 오후 7시경 서울 중구 태평로의 모든 차로를 점거하고 촛불문화제를 연 시위대는 오후 8시 45분경 세종로 사거리로 이동했다.

시위대는 경찰이 경찰버스를 이용해 이순신 동상 앞에 만든 차단벽에 1t 트럭으로 실어온 모래주머니를 쌓았다.

경찰버스 높이의 모래성이 완성되자 시위대 50여 명은 이를 밟고 경찰버스에 올라가 깃발을 흔들거나 경찰을 향해 모래를 뿌렸다.

또 21일 오후 11시 반경 시위대는 경찰버스 2대를 밧줄로 묶어 끌어냈다. 버스에 있던 경찰은 소화기의 분말을 뿌리며 시위대를 제지했지만 시위대는 계속해서 버스를 끌어냈다.

22일 0시 40분경에는 버스를 묶었던 밧줄이 끊어지면서 줄을 잡아당기던 남녀 2명이 다쳐 인근 병원으로 실려 갔다.

시위대는 22일 오전 1시 10분경 경찰버스 1대를 세종로 사거리 한복판까지 100m가량 끌어냈다. 경찰 9명이 30여 분 동안 버스 안에 갇혀 있다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 등의 안내를 받으며 경찰에 인도됐다.

이후에도 시위대 1500명(경찰 추산)은 세종로 사거리에서 밤새 경찰과 격렬히 대치해 한때 살수차까지 등장하는 등 긴장이 감돌았지만 22일 오전 8시 10분경 자진 해산했다.

○ 시민 “촛불 내려야” vs “어림없다”

22일 새벽 시위 도중 과격 행동이 벌어지자 집회 참가자 사이에 갈등이 일었다.

시위대가 경찰버스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방송차량에 올라 시위대를 지휘하던 국민대책회의 측은 “부상자가 발생했으니 밧줄을 치우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위대 100여 명이 몰려와 “실컷 선동해놓고 밧줄을 놓아라 말라 하느냐”고 욕설을 퍼부으며 거칠게 항의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회사원 오희진(34) 씨는 “다른 시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막무가내로 차를 끌어내려는 일부 시위대가 촛불집회를 대표하는 걸로 비칠까 걱정”이라며 “일부 과격한 이들의 행동과 평화집회를 원하는 대다수 촛불 민심은 다르다”고 말했다.

앞으로 촛불집회의 방향에 대해서도 정부 불신론과 시위 자제론이 엇갈렸다.

촛불집회 여론을 주도해온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게시판인 ‘아고라’에는 여전히 안전성 문제를 제시하는 글이 많았다.

ID ‘고지용’인 누리꾼은 “이전 협상보다 나아진 점은 있지만 (등뼈 등) 특정위험물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채 수입하는 것은 걱정이다. 자율규제의 실효성도 믿을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나 이제 촛불집회는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촛불집회에 여섯 번 참가했다는 누리꾼 ‘고려’는 “재협상에 준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제는 촛불시위를 할 명분이 없어진 것 같다. 정부가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했으니까 잘할 거라고 믿어 보자”고 제안했다.

21일 집회에 참가한 교사 박모(40) 씨도 “협상 결과는 성에 안 차지만 어쩌겠는가. 정부와 국민이 타협점을 찾아야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정부도 혼쭐이 났을 테니 이제는 정부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영상취재: 신세기 동아닷컴 기자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 영상취재: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김한준 동아닷컴 객원기자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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