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다른 타자와 타협할 수 있어야”

  • 입력 2008년 6월 21일 03시 01분


퇴임 앞둔 최장집 교수 마지막 강의

“대의적 민주주의는 현실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체제입니다. 이런 제도를 잘 활용하면 사회적 약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퇴임하는 최장집(65)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20일 오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마지막 강의를 했다. ‘한국의 정치와 나의 정치학’을 주제로 1200여 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그는 대의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최 교수는 최근 촛불집회에 대해 “원인을 제공한 대통령의 정책 결정도 문제고 이것을 정권퇴진이 아니면 해결이 안 된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촛불집회를 보면 ‘이명박 정부의 안정을 위협하고 개혁 프로그램을 좌초시킬지 모른다’는 보수적 관점과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를 불러들여 대안을 세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낭만주의적이며 진보적인 관점이 모두 나타난다”면서 “나는 이 두 관점 모두 수용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대의 민주주의”라고 강조한 뒤 “운동이 기존 제도 정치의 실패를 보완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항상 그 역할을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학문적 성향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 최 교수는 “운동권 정치학자, 친북좌경, 좌파진보학자 등으로 불리지만 모두 잘못된 평가”라고 말했다. 그보다는 ‘레짐(통치체제)의 정치학’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어떤 제도적 실천이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발전시킬까, 민주정치를 통해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에 관심 갖고 통치체제를 연구해 왔습니다.”

그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민중이 직접 스스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선출된 통치자에게 통치를 위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최 교수는 또 “지나치게 강한 의견을 갖는 것은 민주주의적 태도가 아니며 자신의 이익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타자와 교류하고 의사소통하며, 서로 다른 이익을 놓고 타협할 수 있어야 하고 공감대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주체로 정당을 꼽았다. 대학은 외적 발전에 비해 정신(에스프리)의 발전이 없고, ‘운동’은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으며, 관료로부터는 창조적인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는 것은 정당과 정치이고, 지도자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현재 정당들은 실망스럽기 때문에 좋은 정당이 빨리 나와야 합니다. 이런 정당을 통해 좋은 리더들이 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강의를 마칩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