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북도청 이전지 선정 ‘후유증’

  • 입력 2008년 6월 19일 06시 22분


영천 등 탈락 지자체 “평가내용 공개하라”

경북도 “점수 공개는 법에 어긋난다” 반발

도의회, 행정사무조사-진상조사위 구성 검토

“평가 내용을 자세히 공개하라.”

“평가위원별 점수 공개는 규정 위반이다.”

경북도청의 안동-예천 이전이 결정됐지만 평가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탈락한 일부 지역 주민은 평가 과정과 내용을 자세히 공개해 의혹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경북도는 지나친 요구라며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17일 경북도청(대구 북구 산격동) 앞에 모인 영천 경주 포항 등 동남권 주민 200여 명은 “이전지 결정 과정의 세부 내용을 공개해 도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영성(65) 영천시지역혁신협의회 의장은 “경북도와 도청이전추진위는 ‘평가 과정이 공정했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주민들이 눈으로 확인하도록 해달라”며 “공개하지 못할 경우 이전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경북도는 대다수 시군이 평가 결과를 받아들이고 있는데도 모든 내용을 공개하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데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견해다.

경북도는 지난해 10월 18일 ‘경북도보’를 통해 평가위원별 평가 내용은 비공개한다고 공고했다.

경북도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별 평가점수 공개는 정당한 행정 집행에 어긋난다”며 “혁신도시 선정 등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평가를 하면서 평가위원들의 평가내용을 공개한 사례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도청이전추진위는 18일 오후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상주시 주민 500여 명도 도청 입구에서 이전지 평가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상주 시민들은 도청 유치 활동이 조례에 어긋날 경우 감점을 줄 수 있다는 규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각 지역 주민들에 의해 제보된 유치 활동 위반 사례는 6개 시군(포항 경주 안동 영천 상주 의성) 31건이었다.

경북도 관계자는 “추진위는 해당 지자체의 소명을 듣고 법률 검토를 거쳐 31건 모두 감점 사항이 아닌 것으로 결론지었다”며 “일부 지역에서 유치활동에 관한 언론기사가 많았지만 이는 지자체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경북도의회는 20일부터 열리는 정례회에서 이전지 선정 과정에 대한 행정사무조사를 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동남권과 상주지역 의원을 중심으로 행정사무조사에 이은 이전지 평가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경북도가 19일 의회에 제출할 ‘경북도의 사무소 소재지 조례안’이 이번 정례회에서 통과될지 미지수다.

한 도의원은 “주민들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만큼 이전 절차가 다소 미뤄지더라도 평가 과정을 조사해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의회의 역할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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