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웬 쇠고기 파업?” 정치성 이슈에 냉담한 반응

  • 입력 2008년 6월 16일 21시 39분


민주노총의 총파업 찬반투표 중간집계 결과 쌍용자동차에서 전체 조합원 대비 찬성률이 50%가 안돼 부결되는 등 찬성률이 낮게 나오고 있다.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근로조건과 직결된 노동조합 본연의 업무와 관련 없는 정치파업에 동원되는 데 대한 반발감이 확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장은 정치파업에 냉담=16일 오전 10시 개표 결과가 나온 사업장 87개의 경우 총 조합원 7만7729명의 80%가 참여해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56.7%.

찬성률이 50%를 넘지 못해 부결된 사업장이 16개였다. 파업안을 가결한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도 찬성률이 높지 않았다.

기아자동차는 59.2%에 그쳤고 GM대우자동차는 간신히 52.1%를 기록했다.

공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대정부 비판 여론이 높은 공기업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에도 찬성률이 61.2%에 불과했다.

이번 투표에 참여한 민주노총 산하 대기업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적어도 70% 이상의 찬성률로 안건이 통과될 것으로 봤을지 몰라도 현장의 분위기는 표가 증명해주듯 정치파업에 냉담하다"고 말했다.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의정팀장은 "민주노총이 말하는 명분에 동감하지 않는 조합원들이 그 만큼 많다는 증거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쟁의행위조차 될 수 없는 파업=노동 전문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대운하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 정치적 사안을 내건 이번 총파업은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불법파업이 아니라 불법집단행동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고유가·고물가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조합원 복지와 상관없는 '쇠고기 문제'를 앞세워 정치파업에 나서려는 데 대해 일선의 반응은 극히 냉담하다.

지난해 7월 금속노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정치파업에 나섰을 때도 조합원들이 외면해 일부 간부와 노조원들만의 '자기들끼리 파업'으로 그쳤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촛불시위를 찬성한다고 하더라도 이걸 파업까지 해야 하느냐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많을 것이다. 이 때문에 노동계 내부에서도 논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화물연대는 생계형 집단행동이지만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그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다고 보는 국민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남성일 서강대(경제학) 교수는 "그동안 노조가 국민에게 외면 받았던 것이 정치적 구호였는데 아직까지 이를 통한 집단행동 생산 차질을 반복하고 있다"며 "노조의 본령에도 맞지 않고 단위사업장의 근로자의 의사와도 관계 없는 노조 상급단체 중심의 정치운동 양태를 보이기 때문에 외면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파업 실행 가능성은=민주노총은 17일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발표하고 구체적인 투쟁 일정을 제시할 계획이다.

투표 결과 찬성이라는 결과가 나와도 지도부가 실제 단위사업장이 모두 파업에 들어가는 총파업을 조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노동계 안팎에서는 분석한다.

노동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속노조가 한미 FTA 반대 파업 지침을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4사에 내렸던 것도 민주노총 지도부의 명령에 따른 것이었지만 제대로 시행이 되지 않자 금속노조 자체의 파업으로 몰아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간부투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여기서 나온다. 실제 작업현장에서 근무하지 않는 노조 간부만 파업에 참여할 뿐 조합원 참여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는 전망.

고려대 김동원(경영학) 교수는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이렇게 무리수를 두는 것이 조직의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회의가 나온다. 정부를 상대로 무리한 정치파업을 하기 보다 협조할 것은 협조하면서 실리를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할 때라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