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물류 올스톱- 부산항 운송률 12%- 시멘트 업계 출하량 14%

  • 입력 2008년 6월 14일 03시 01분


■ 파업 첫날 전국 항만-산업현장 표정

의왕시 컨테이너 진입로 봉쇄

파업불참 차량에 돌 던지기도

레미콘차량 ‘뚝’… 건설업 타격

《화물연대의 전면 운송 거부로 전국 항만과 사업장이 서서히 마비되고 있다. 컨테이너 야적장에 수출입화물이 쌓여 피해액이 눈 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운송료 협상을 타결지은 곳은 일부 사업장이고 그나마 규모가 작은 곳이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건설경기가 더 타격을 받게 됐고 자동차와 전자산업 등도 연쇄 피해를 입고 있다.》

▽긴장감 흐르는 항만=13일 오후 부산 북항 주변 도로. 컨테이너 화물 수출입의 길목이 거대한 주차장으로 변했다.

왕복 6∼8차로 가운데 4∼6개 차로는 컨테이너 화물차량 수백 대로 가득 찼다. 앞 유리에 ‘화물연대’라는 노란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비조합원 차량도 많았다.

비조합원 김모(40) 씨는 “정치적 파업이라면 참가하지 않았겠지만 먹고살아 가는 문제를 걱정하는 파업이어서 동참했다”고 말했다.

평소 같으면 컨테이너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부두로, 번영로, 동서고가도로 등 시내 주요 간선도로도 한산했다. 빈 트레일러만 눈에 띄었다.

5일째 파업이 이어진 경기 평택항은 화물 운송이 마비됐다. 동부두 진출입로 양쪽에 빈 트레일러가 늘어선 가운데 가끔씩 빈 트레일러가 오갔다. 인근 컨테이너 야적장에는 평소 2, 3단 높이의 두 배에 이르는 5, 6단 높이로 컨테이너가 쌓여 있었다.

수도권 화물 운송의 거점인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 역시 한산했다.

화물차 600여 대가 멈춰 선 전남 광양항도 하루 평균 5100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했지만 12일에 960여 개, 13일에 900여 개로 크게 줄었다. 광주지부 조합원 300여 명은 이날 하남산단 9번 도로에서 2.5km를 행진한 뒤 천막농성을 계속했다.

▽이어지는 운송 방해=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의 진입로 2개 가운데 하나를 13일 오전부터 화물연대 차량이 막았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부두는 평상시처럼 오전 9시 출입문을 열었지만 오가는 차량은 평소에 크게 못 미쳤다.

화물연대가 오후 출정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송 거부에 나서면서 부두를 드나드는 차량이 평상시의 12∼15%에 그쳤다.

울산지부도 울산역 광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갖고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작업을 하지 않았다.

경북 경주시 안강읍 국도에서는 오전 3시 10분경에 포항에서 대구 쪽으로 가던 벌크화물차에 누군가 돌을 던져 앞 유리창이 깨졌다.

오전 2시경에는 포항 철강공단으로 이어지는 경주시 건천읍 앞 산업도로에서 이모(59·부산) 씨가 몰던 탱크로리에 남자 3, 4명이 돌을 던져 조수석 유리창을 깼다.

▽속타는 건설 현장=대형 시멘트 제조공장 4곳이 있는 충북 제천∼단양 국도 5호선은 평소 레미콘 차량이 분주하게 오갔으나 이날은 적막했다.

도내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한일시멘트는 하루 2만 t의 시멘트 출하량 가운데 육상수송량이 화물차 270여 대분인 7000t. 그러나 이날 육상수송을 통한 출하량이 7분의 1로 줄었다.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이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안 그래도 좋지 않은 건설경기가 더 어려운 지경에 부닥쳤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시아시멘트, 성신양회 등 충북 지역의 시멘트 업계는 육로운송의 30∼40%를 맡던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운송 거부에 참여해 화물수송량이 크게 떨어졌다.

삼성광주전자는 10일 부분파업 이후 컨테이너 차량 92대를 빌려 제품을 수송했으나 이날 전남 광양항 진입이 막히면서 컨테이너 230대 규모의 수출용 제품 운송이 전면 중단됐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도 스포티지 뉴카렌스를 비롯해 하루 1500대의 차량을 출하했으나 ‘글로비스’ 소속 카 캐리어 74대가 파업에 나서 모두 발이 묶였다.

금호타이어와 대우일렉트로닉스도 각각 컨테이너 40대, 100대분의 수출물량 출하가 전면 중단됐고 생산라인 가동 중단까지 우려되고 있다.

경북 경산시 자동차부품업체인 A사 대표 신모(46) 씨는 “중소 제조업자는 정말 죽을 지경이다. 이러다간 공장 문을 닫지 않을는지 걱정이 태산”이라며 한숨만 쉬었다.

매주 한두 차례 부산항을 이용해 미국으로 제품을 보내야 하지만 운송할 방법이 없어 수출을 중단해야 할 판이라고 그는 하소연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광양=김권 기자 goqud@donga.com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영상 취재 : 변영욱 기자


▲ 영상 취재 : 김재명 기자


▲ 영상 취재 : 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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