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으로 변질된 ‘촛불’] “청와대 가자” 구호에 차도 점거

  • 입력 2008년 5월 25일 19시 51분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가 불법집회로 변질됐다.

이달 2일부터 시작된 촛불집회는 그동안 평화적으로 진행됐지만 17번째로 열린 24일 집회는 도로 점거 등 불법 시위로 번져 처음으로 경찰과 충돌했다.

경찰에 따르면 24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 7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촛불집회는 오후 9시가 지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촛불을 들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던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명박은 물러나라'는 구호와 함께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는 함성이 터져나왔다. 일부 참가자들은 이 대통령을 쥐에 비유하며 "죽어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참가자들은 청계광장 주변에 대한 경찰의 봉쇄를 뚫고 세종로 사거리로 뛰어 나가 교보문고 부근 왕복 8차선을 점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는 3500명 정도가 차도를 점거했고 이 중 일부는 밤샘 불법집회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오후 9시 반부터 25일 오전 3시 경까지 '여러분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자진해산해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30여 차례 하며 3200여 명을 자신 해산시켰다.

경찰은 이어 25일 오전 4시 반경부터는 자진 해산을 거부한 200여 명을 한 사람씩 인도로 끌어냈다. 도로에는 물대포를 쏘았다. 이 과정에서 폭력을 휘두르며 완강히 저항한 고등학생 남모(18) 군 등 37명을 연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24일 집회가 가열된 데는 노조원이 다수 참가한 것이 한 요인"이라고 밝혔다.

24일 촛불집회에는 이날 오후 여의도에서 결의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 1만9000여 명 중 일부와 전국교사대회를 마친 전교조 교사들이 참가했다.

이 관계자는 "참가자 대열 뒤쪽에서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며 선동했는데 일단 대학생들이 충동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행된 참가자와 집회 주동자를 상대로 정확한 상황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과 경찰은 24일 집회를 불법 시위로 이끈 주동자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검찰과 국가정보원, 서울경찰청은 2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도로점거 및 교통방해 등 불법 집회에 엄정 대처하고, 경찰관 폭행 등 과격한 폭력을 엄단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국민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24일 밤에 발생한 도로점거, 교통방해 행위 등은 도를 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연행자 37명의 신분 및 가담정도를 확인해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혜승기자 fineday@donga.com

전성철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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