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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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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의 승용차 78%가 나홀로 운전
국내에 등록된 승용차는 2003년에 1000만 대를 돌파했다. 1903년 고종 황제가 국내에 최초로 자동차를 도입한 이후 정확히 100년 만이다. 그동안 도로와 주차장의 면적도 계속 늘어났다. 그러나 건설에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늘어나는 자동차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심각한 문제는 등록 차량의 수 그 자체가 아니다. 서울의 경우 차량의 주행 시간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전체 자동차의 62%가 매일 시내 도로로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더 놀라운 통계가 있다. 이 62%의 자동차 가운데 78%가 나 홀로 운전 차량이라는 것이다.
만일 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 같은 전염병이 전국에 번져 하루에 20∼30명씩 죽어간다고 상상해 보자.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것처럼 난리가 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할 테고, 정부는 정부대로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전염병 대신 교통사고를 대입해 보자. 이 생각은 그냥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겪고 있는 현실이다. 교통사고로 2006년 한 해에 하루 평균 17명이 목숨을 잃었고 932명이 다쳤다. 다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장애인으로 여생을 살아간다.
자동차로 인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과거에는 난방 시설과 각종 산업 및 발전소 시설 등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제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유독 물질이 전체 대기오염 물질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 등 대도시는 그 비율이 훨씬 높다. 더구나 자동차는 한 대로 볼 때는 공장이나 빌딩 등 대형 배출원보다 배출량이 훨씬 적지만, 사람의 코앞에 바로 가스를 내뿜기 때문에 그 피해가 한층 심각하다고 한다. 말하자면 모든 사람의 생명을 서서히 죽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이용이 늘어나면서 운동이 부족해지고 그 결과 성인병이 늘어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생활에서 에너지 과소비는 악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 운동을 통해 신체를 단련하지 않으니 다리가 약해지고 걷기가 싫어져 자꾸만 자동차에 의존한다. 자기 몸으로 만들어내는 에너지가 줄어들수록 바깥의 에너지에 의존하게 되고 그것이 또한 몸의 기력을 더욱 약하게 만든다. 냉난방 기구가 발달하면서 추위와 더위에 적응하는 신체적인 조절 능력을 잃어버려 전기에너지에 더 의존하게 되는 현상과 마찬가지다. 바로 에너지 과소비의 악순환인 것이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양학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