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6등 → 45등으로 조작해 채용

  • 입력 2008년 4월 1일 02시 53분


용역사업은 前사원들에 나눠줘

“업무추진비는 용돈”

옷 사고 휴가비로 써

■ 감사원 ‘신의 직장’ 공공기관 방만 경영 적발

‘채용시험 점수 666등이 45등이 되고, 골프장에서 이사회가 열리며 업무추진비를 유흥비로 날리는 곳.’ 공기업에서는 가능하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여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은 3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3월 10일부터 감사를 실시한 결과 곳곳에서 인사비리와 부당한 업무추진비 집행 등의 사례가 적발됐다고 31일 밝혔다.

감사원 성용락 제1사무차장은 “감사대상에 포함된 24개 주요 공공기관의 2006년 말 현재 총부채가 119조 원에 이르는 등 공공기관의 비대화는 심화되고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다”며 “최근의 정부부문 구조조정에 맞춰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화와 구조조정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마무리한 후 종합감사 결과를 기획재정부에 통보해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채용 비리 여전=한국조폐공사는 지난해 신입사원 채용시험에서 인사팀장 등의 청탁을 받고, 없는 자격증이 있다고 조작해 순위 666등인 사람을 45위로 끌어올려 합격 처리했다.

대한석탄공사도 지난해 기능인력 31명을 채용하면서 인사담당 간부 등이 지인들에게서 청탁받은 사람을 합격시키기 위해 응시원서를 따로 받고, 경력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경력 기준 미달자 10여 명이 부당 채용됐다.

외주용역을 내부의 인사 적체 해소 방편으로 이용한 사례도 있었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경영 효율화를 추진한다며 185개 고속도로영업소(톨게이트)의 통행료 수납 업무를 외부업체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10곳만 공개경쟁입찰을 했을 뿐 나머지 175개소는 정년 전에 퇴직하는 15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게 수의계약으로 운영권을 나눠 줬다.

▽묻지 마 업무추진비=특별한 영업활동이 필요 없는 증권예탁결제원. 최근 3년(2005∼2007년) 동안 ‘섭외성 경비’를 법인세법상 비용처리를 할 수 있는 한도보다 10배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원들은 법인카드로 유흥주점이나 나이트클럽 경비, 골프 접대비, 퇴직 임원을 위한 황금열쇠 구입 등에 최근 3년 동안 약 8억4800만 원을 썼다. 한전KDN의 한 감사는 공휴일이나 휴가 중에 833만 원, 자신의 스포츠 의류 구입에 119만 원 등 업무추진비 1130여 만 원을 개인적인 일에 썼다.

2월부터는 모 정당 공천을 받으려고 근무시간에 15번 넘게 특정 정당을 방문하고 14차례 출마 예정지를 방문하는 등 ‘직무 태만’ 사실도 드러났다.

▽인건비 편법 인상=KRA(한국마사회)는 2004년 11월부터 초과 근무 실적과 상관없이 직급별로 시간외수당을 지급했다. 2006년 12월에는 아예 시간외수당을 기본급에 편입하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편법 인상했다.

2002년부터 올해 2월까지 편법으로 지급된 시간외 근무수당은 234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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