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3월 20일 03시 0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도서관 생겨 가능해졌죠”
《아이들은 신이 났다. 어른들도 흥에 겹다. “우리 학교마을도서관 첫 생일이라네.” 시를 읊는 5학년 수빈이의 목소리도 들떴다. 빼어나진 못해도, 세련되진 않아도. 그래도 우리 학교, 우리 도서관. 12일은 ‘우리 엄마, 우리 아빠도 언제나 책을 읽을 수 있어 참 기쁜’(5학년 이혜원) 강원 강릉시 구정면 구정초등학교에 학교마을도서관이 열리는 날이었다.》
딸랑딸랑 문을 열었네.
엄마 손잡고 한 발짝.
어머! 온통 책 천국.
언니 손잡고, 엄마 손잡고
신기한 책 속으로 여행 떠나네.
달나라로 갈까.
인형나라로 갈까.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지.
―3학년 송지윤 ‘책은 내 친구’
○ 전교생 참여 글솜씨 자랑
구정초교 입구에는 독특한 문구 하나가 걸려 있다. ‘21세기 리더, 황자를 교육하는 학교.’ 유치원생 12명을 포함해도 전교생 81명의 조그만 학교. 학생 하나하나를 모두 왕자보다 더 귀한 ‘황자’로, 귀하고 훌륭하게 키우겠다는 뜻을 담았다.
이를 위해 구정초교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함께 올해 독특한 목표 하나를 세웠다. 모든 학생이 각각 1년 동안 250권 이상 책 읽기에 도전한다. 빡빡한 농촌 살림만 따지자면 어림도 없는 목표. 하지만 때마침 찾아온 학교마을도서관이 실현 가능한 꿈으로 바꿔 놓았다.
‘작은 도서관 만드는 사람들’(대표 김수연)과 동아일보, 네이버가 함께하는 ‘고향 학교에 마을 도서관을’이 구정초교를 찾은 날. 개관식 며칠 전부터 준비해 온 작은 행사가 열렸다. 이름 하여 ‘학교마을도서관 개관 기념 봄맞이 백일장’. 전교생이 참여해 정성껏 글 솜씨를 부렸다. 좋은 글귀도 뽑아 그림까지 곁들여 학교 마당에 걸었다.
‘도서관에 가면/와글와글 소리가 들린다./왕건 세종대왕 이산 강감찬/서로 이야기하는 모양이다.//도서관에 가면/소곤소곤 소리가 들린다./인어공주 신데렐라 콩쥐 팥쥐/서로 이야기하는 모양이다.’(4학년 박병국)
‘나에게 고마운 책/책아,/너는 어떻게 태어났니?//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나를 이 세상에 데리고 왔어.//응, 그렇구나./너는 이제 나의 친구이고/나는 너의 친구야.//우리 앞으로 자주 만나자.’(2학년 정다민)
○ “독서 앞 지도가 중요”
최명희 강릉시장 등이 참석한 이날 개관식에는 독서토론지도 전문가인 여희숙(48) 씨가 특별강사로 참여했다. 22년간의 교사 경험을 토대로 ‘책 읽는 교실’ ‘토론하는 교실’ 등의 책을 펴낸 여 씨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녀독서교육법에 대한 특강을 펼쳤다.
여 씨가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독서 앞 지도’. 독서는 크게 독서 이전 단계와 독서, 독서 이후 단계로 나뉜다. 대부분 독서 교육은 독서 이후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확인받고 평가받는 건 아이들이 싫어하는 행위로 역효과가 크다. 책에 흥미를 유발하고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독서 앞 지도가 훨씬 중요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