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연구원 실종 ‘미스터리’…100일째 행방 묘연

  • 입력 2008년 2월 5일 03시 00분


한밤중에 충남대 연구실에서 베트남 출신 연구원 응우옌트룽탄(29·사진) 씨가 실종된 지 5일로 100일이 됐지만 그의 행적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2002년 충남대에 유학 온 응우옌 씨는 지난해 2월 나노공학 박사를 받고 모교인 하노이대 교수로 임용된 상태였다.

그가 사라진 것은 지난해 10월 28일.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 산학연구동에서다. 학교 주변 자취방에서 베트남 동료 연구원들과 저녁을 먹은 뒤 오후 10시 5분경 이 연구동 5층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온 직후였다.

20분이 지나 동료 우엔반위(28) 씨가 그의 연구실에 갔으나 노트북이 켜져 있고 잠바도 그대로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그냥 돌아왔다. 하지만 30일에도 응우옌 씨가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과 충남대는 학교 안팎을 샅샅이 수색하고 응우옌 씨의 사진을 실은 전단 1000여 장을 뿌렸지만 반응이 없었다. 이렇다 할 제보도 없었다.

실종 전에 응우옌 씨가 남긴 유일한 흔적은 산학연구동에 들어가는 현관의 폐쇄회로(CC)TV 장면. 하지만 건물에서 나오는 장면은 찍히지 않았다. 건물 어디에도 그가 반항한 흔적 등 범죄에 연루된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는 뒷문이 당일 반쯤 열린 것으로 미뤄 그가 뒷문으로 나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그의 실종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응우옌 씨가 채무나 여자관계 등 범죄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소지품조차 그냥 놓고 사라진 배경이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하노이대 교수로 임용된 것을 불만스럽게 생각해 한국에서 일을 하기 위해 잠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응우옌 씨는 충남대에서 연구조교로 생활해도 월 200만 원을 받는데 하노이대 교수 월급은 30만 원이어서 교수 임용을 반가워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응우옌 씨의 동료들은 “응우옌 씨는 하노이대 교수로 임용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엇갈린 주장을 했다. 경찰은 응우옌 씨의 여권이 이달 29일로 만료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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