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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2월 4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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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인터넷…디워 논쟁…
공통점은 익명의 보통사람
“엘리트 여론 독점은 가라
우리 의견은 우리가 알린다”
바야흐로 대중반역의 시대
허경영, 황우석, ‘디 워’ 논쟁, UCC의 공통점은? 바로 대중이다. 그리고 하나 더, 그 대중이 엘리트의 의견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스스로 제기한다는 것이다. 엘리트나 언론에 의한 전통적인 여론 형성 과정과 달리 대중에 의한 여론 주도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이 문화영역 정치영역 심지어는 과학 분야에서조차 기성 언론과 전문가의 해석을 거부하고 이에 저항하는 대중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작년 대선에서 튀는 공약과 발언으로 주목받았던 허경영 씨는 대선 이후에도 일명 ‘허 본좌’라고 불리며 대중 사이에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려왔다. 이런 허 씨에 대해 검찰이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반응은 그리 쉽게 변할 것 같지는 않다.
비단 허 씨의 사례에서뿐만 아니라, 상황은 좀 다르지만 황우석 사태나 영화 ‘디 워’ 논쟁에서 우리는 비슷한 대중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다. 철학자인 오르테가 이 가세트가 1930년대 서구사회에 대해 예측한 ‘대중의 반역’이 한국사회에서 현실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는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오늘날 유럽의 사회생활에 나타난 가장 중요한 사실 하나는 대중이 완전한 사회세력으로 등장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중의 반역’이라는 것은 대중이 스스로를, 나아가 사회를 지배하려 든다는 사실을 핵심으로 한다. 즉 기존과 달리 엘리트의 권위와 지식의 독점이 이젠 대중에게 통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한국사회의 ‘대중의 반역’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과 기존 권력의 정당성 약화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터넷의 구축이 대중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1차적인 수단을 제공했다면, 기성 엘리트 집단의 도덕적 정당성이 약화된 것은 ‘대중 반역’의 토대가 되었다.
바로 십수 년 전만 해도 ‘주장’이라는 것은 ‘지식인’으로 인정받고 특정 매체를 통해 그 주장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오늘날 그 매체는 힘이 약화되었고 대신 누리꾼들의 여론 형성이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바야흐로 만인이 전문가인 시대 혹은 전문가가 필요 없는 시대라고 하겠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는 대중이 ‘평균인’으로 익명화되고 획일화된 존재로서 ‘대중 독재’를 낳을 수 있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즉 대중의 자기주도성은 소통 방식에서 우월적 권력을 획득하게 되면 이후 지배와 통제 권력이 될 수 있으며, 파시즘에 열광한 그 당시 유럽인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빈번하게 등장하는 누군가에 대한 열광과 혐오도 ‘대중 독재’의 증후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대중의 반역’은 지식 권력을 해체함으로써 구성원 간 의사소통의 위계성을 제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다. 즉 지식인이나 엘리트의 권위와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대중과 엘리트의 수평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민주주의의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
이제 대중은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한다. 자신이 설정한 문제의식을 자신만의 음색으로 표현한다. 그러면서도 동일한 주장을 하는 이들과 연대해 여론이라는 것을 만들어간다.
‘대중 민주주의’와 ‘대중 독재’ 그 과정 어디쯤엔가 ‘대중의 반역’이 있을 것이다.
홍영용 학림논술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