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곤 -전군표 , 법정서 첫 대면 치열한 공방

  • 입력 2008년 1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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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파일에 2000만원 넣어 전달”

“돈 건넨 날짜도 모르면서 계속 거짓말”

정상곤(53·구속 기소)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8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군표(53) 전 국세청장이 정 씨와 법정에서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1일 검찰 대질조사에서 만난 적이 있지만 법정에서는 처음이다.

16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서 전 전 청장은 “6개월간 현금 7000만 원과 미화 1만 달러나 받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돈을 준 날짜도 구체적으로 모르면서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씨는 “(청장님께)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던 중 만날 때마다 건넸고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검사 신문에서 정 씨는 뇌물 전달 방법을 구체적으로 털어놨다. 검사가 “1000만 원이 든 신문지 다발 2개를 쇼핑백에 넣어 전 전 청장 자택에서 전달한 적 있느냐”고 묻자 “신문지에 돌돌 말아 전달하는 게 결례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두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가 나지 않게 두 겹 세 겹으로 포장하면 1000만 원을 서류 봉투에 넣을 수 있었고 현금 2000만 원을 전달할 때에는 파란색 플라스틱 파일에 넣었더니 딱 맞게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뇌물의 출처에 대해 정 씨는 “모아뒀던 돈, 김상진 씨에게 받은 돈의 일부와 국세청 직원, 사회 선후배에게 전별금이나 축하금조로 받은 돈”이라며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씀씀이가 많아 항상 수천만 원대의 돈을 책상 서랍에 보관해 왔다”고 설명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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